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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선언과 안보장사치의 민얼굴
박근혜에 의한 ‘이명박 시즌2’의 예고편
기사입력: 2012/12/11 [10:4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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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2012년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이다. 쌍용 자동차의 주검이 쌓이는 데도 미동도 않던 사회 분위기가 바뀐 건 대선이슈를 선점한 경제민주화의 공적일터.

그런데 거기까지다. 프레임은 있는데 줄기세포가 없다. 콘텐츠는 있는데 원칙이나 기본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꼭 그 때문인 건 아니겠지만 경제민주화가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의 “엠비노믹스”와 난형난제인 박근혜의 “줄푸세”가 행장을 수습하고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니 2012년 대선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몰골이 남루하기 그지없다.
 
기획재정부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 보고서를 올리고 경제민주화를 흘겨보는 재벌들은 자신들을 꼭 닮은 3세들의 문어발식 탐욕엔 사업성의 딱지를 부쳐 칭송해 마지않으면서 백혈병과 철탑 고공 농성엔 모르쇠로 일관한다. 처절하고 참담한 투병과 투쟁을 대하는 그들에게 경제민주화는 무엇일까? 경제의 걸림돌일 뿐인가.

이건 아니다. 이건 거짓이다. 이명박 정권의 연장을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 단연코 말하건대,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함께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와 한미 FTA가 함께 갈 수 없음과 같은 이치다.

각종 용역에서 구사대라 이름 붙인 폭력집단까지 동원하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시감(deja-vu)은 우리에게 오래된 “양심선언”을 불러 오게 한다.

스메들리 버틀러(Smedly D. Buttler)의 시대를 뛰어 넘는 양심선언은 현실의 모습을 고스라니 담고 있다.
 
“나는 군대에 복무했던 긴 세월 동안 독점 자본가들과 월스트리트의 은행 자본가(원조 금융자본)들을 위해 고급 폭력배로 일했다. 한마디로 나는 자본주의를 위한 폭력배였다. 마피아의 알 카포네는 세 도시에서 협잡질을 했으나 나는 세 대륙에서 군사 행동을 취했다.”(1931년 8월 21일 코네티컷 주 재향군인회에서).

내 앞의 불의를 고발한 이 선언은 문건으로 남았다. 돌이켜보니 제국주의 패권 세력과 자본주의의 발호가 절정에 이른 시기를 이 세대는 지나온 셈이다.

그러나 “월가의 가투”로 이 선언문에 살아 남아있는 줄기세포의 발아를 목도하는 현실은 그저도 참담하다.

재벌개혁이 요체라며 분노하는가 하면 “우군을 잘못 건드려 좋을 것 없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 따로, 행동 따로도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 이른바 “집토끼론”이다. 김종인 행복위원장과의 불안한 한집 살림도 구차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헌법 119조마저 뭉개버리면 경제민주화는 공허한 구호로만 남겨 질것 같다. 정치쇼와 이벤트로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구호는 경제민주화를 차용했지만 내용물은 신자유주의의 성경을 낭송하고 있으니 “사기 스타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경제민주화의 몰골이 이 지경인데 정치민주화가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본디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는 2인 3각의 구도를 지닌 때문이다.

피어린 투쟁의 산물인 민주주의가 퇴행과 파행의 조짐을 보인 건 이명박정권 출범 때부터 이지만 역사 바꿔치기까지 자행하면서 경제와 정치는 뒤엉켜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12월 19일까지는 이제 며칠 인데.

경제민주화 뿐이겠는가. 시대정신이어야 할 평화도 통일도 실종됐지만 실종 신고조차 없는 상태다. 떠돌아다니는 건 북풍과 종북 구호뿐이다. 안보장사의 학습효과일까. 경제민주화는 북방한계선(NLL)에 갇혀 그나마 내지르던 소리마저 숨죽인 채 적막강산이다.
 
독도를 전격 방문하여 인기가 치솟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는 다시 연평도를 전격 방문하여 동서로 섬을 순회하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 “NLL을 목숨을 걸고 사수하자”는 거다.

자본주의 사회의 최대의 재미인 수익 창출의 추억에 갇혀 북풍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들을 안보세력(Security Force)으로 오인한 국민들이 이제라도 바른 이름을 쓴다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안보를 팔아 사익을 챙기는 안보 장사치(Merchant of Security)일 뿐이라고. 그것도 독자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하청업자(Sub-Contracter)일 뿐이란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2007년 12월26일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 대한 기억을 나누고 싶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네오콘의 핵심 인사이며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는 “이명박의 당선을 남한에서 날아온 횡재(Windfall from South Korea)”라고 했다.

이명박정권이 미국에게 통째로 횡재노릇을 하고 “미국 퍼주기”에 빠져 들었는지 여부는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몇 가지 사례를 들어 현실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안보장사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권의 과도한 무기 구입은 국내에서도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지만 더 이상 거론되지는 않았다. 평화를 얘기하면서 군비증강의 길로 치닫는 사례를 무수히 보아 오지 않았던가. 군비증강은 분단유지비용이며 절박한 “민생 문제”의 건너편에서, 민족문제의 저 너머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군축’은 어디에서 숨이라도 쉬고 있는가. 군축은 묻어둔 채 군비증강의 길로 치닫는 국산 안보 장사들은 군비증강이 평화와 안보의 굳건한 버팀목이라는 주술적 프레임에 묶여 있다. 국제 안보 장사와의 결탁과 유착은 우호와 동맹으로 포장되어 안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케인즈 군사주의의 너털웃음이 저리도 선명하게 울리는데 우리의 각성은 언제 올 것인가. 자각은 아직 멀었는가.

안보 장사뿐이겠는가 안보 장사꾼의 품에서 안도의 숨을 몰아쉬는 요지부동의 35%(새누리당의 고정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건 초기의 발표와는 달리 한미 양국은 진로를 변경하고도 합리적 변명조차 내어 놓은바가 없다. 오히려 호들갑을 떤 건 원청 업자(contracter) 일본이었고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일본 길들이기와 MD전략은 순풍을 타고 있다.

이명박정권이 MD 전략의 전진기지로 강정마을을 자진 상납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의혹은 증폭되고 있지 않은가. 무기업계의 큰손에게는 횡재가 되겠지만 중국은 어떻게 감당하겠는지 대책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정국에서 ‘북풍’의 끈에 매달린 안보장사들의 면면을 보라. 북의 위협을 부풀려 수익을 창출했던 재미에 갇혀있는 그들에게 안보업계의 큰손은 또 무슨 훈수를 둘까. 유권자들은  ‘총풍’을 조작했던 악랄한 저들의 과거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NLL이 꽤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는지 ‘노크 귀순’은 덮어둔 채 연평도로 달려가 NLL 사수를 외치는 파렴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박근혜 후보의 “NLL사수”는 보수 본색이라고 본다. 보수의 본향으로 일컬어지는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박근혜는 북방한계선의 사수를 외친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NLL 사수”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통령후보의 기본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북방한계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보수층의 표를 의식한 입맛 맞추기라면 그건 지독한 구태 정치다. 싸이 식으로 얘기한다면 그야말로 ‘구태 스타일’이란 말이다.

이명박 대북 강경정책의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안보정책에 대해 이명박과 한목소리를 내는 대통령후보의 복심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명박과의 남녀 혼성이중창은 박근혜에 의한 ‘이명박 시즌2’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한국판 안보장사의 맨얼굴은 ‘노크 귀순’과 ‘호출 귀순’이 아니겠는가.

5월 선언,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깨달음은 이리도 더디 오는가. 이제 그 이름을 입에 담기가 민망해진 어느 시인은“ 2013년 체제”의 중요성을 역설한 백낙청 교수에게 쑥부쟁이란 언어폭력을 퍼붓고도 성에 차지 않아 리영희 교수에게는 “깡통 저널리스트”라고 폭언을 퍼붓고 있다.

단말마적 발악이 공적으로 커밍아웃한 초유의 사태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아무리 “상생”을 선동 구호로 내세워도 공생과 공존에 대한 개념조차 갖추지 못한 구호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런던 ‘점령하라’그룹(occupy group)의 거리투쟁에서 채택된 5월 선언은 경제민주화의 본줄기를 담고 있다.

5월 선언(The Global May Manifesto)

1. 경제는 인민의 복지에 복무해야한다.
   경제는 환경의 지킴이어야 한다.
   사회의 공익 주체로서 노동의 진가가 인식되는 제도를 강력히 요구한다.


1.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부에 이르기까지 경제는 민주적이며 평등해야 한다.
   대중은 금융제도나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민주적 제도에 복속돼야 한다.
이 목표를 위해 우리는 강력히 투쟁한다.


1. 정치제도 또한 민주적이어야 한다.
   국제관계 또한 민주적이어야 하며 소수 국가들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을 거부한다.
  사회의 다양성과 서로 다름이 허용되는 그런 제도를 원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강력히 투쟁한다.

  
세계의 봄을 위하여 !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위하여!


이번 대선은 역사의 전화점이며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선택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전쟁과 분단의 세기를 마감하고 평화와 통일의 세기로 진군하는 것도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더디 가고 질척거려도 전쟁의 세기는 저물고 있다. 평화의 세기가 닥아 오고 있다. 분단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니 무너져야 한다.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아 끌려가야 했던 굴종의 시대를 마감하고 역사의 주체로서 거듭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한다.

이번 대선이 역사의 질곡 속에서 보낸 지난 세기를 청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주권행사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다. 그리하여 “껍데기는 가라”고 외쳐야 한다. 새날은 밝아 온다.
 
우리 모두 평화의 마중물이기 위하여!
우리 모두 민주주의의 시민이기 위하여!

 
<김승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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