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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눈물 난다, 쇠소깍과 갓바위
제주와 목포 관광 명소의 전설
기사입력: 2012/09/10 [12: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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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하효마을 해안에 쇠소깍이란 관광 명소가 있다. 민물이 바다로 빠지는 절벽 계곡이 크고 깊으면서 계곡 양편으로 아열대 수림이 짙어 찾는 이들이 많다.

쇠소깍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효돈천의 끝 지점, 즉 바다에 합류하는 곳에 있는 깊은 물웅덩이인 소(沼)를 말하며, ‘쇠’는 소[牛]를 뜻하고, ‘깍’은 끝을 말하는 제주 방언이다. 용이 살고 있는 용소(龍沼)라 하여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한다.

효돈천은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직접 발원하여 긴 거리를 흘러 하효마을 해안으로 흘러가는 큰 하천이다. 이 하천은 돈내코계곡을 제외한 대부분 구간이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바닥을 드러내는 마른내[乾川]이다.

효돈천이 돈내코계곡을 지나 영천오름, 칡오름, 걸서악 등을 차례로 휘돌아 하류로 흘러가면 푸른 상록수림을 낀 바위 계곡에 이른다. 이 상록수림 계곡에는 지하수가 솟아나 깊은 연못을 형성하는데, 길이 300m에 이르는 이 연못을 사람들은 쇠소깍이라 부르는 것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축소한 듯한 효돈천의 메마른 계곡이 바다와 만나는 끝자락에 이르면 기암괴석과 우거진 숲이 어우러진 절경을 펼쳐 놓아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어울려 물은 유난히 푸르고 맑다.

썰물 때면 계곡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의 신기한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쇠소깍을 찾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제주의 전통 뗏목인 ‘테우’와 두 사람이 함께 타 노를 젓는 카약을 타고 물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이곳에 참으로 애달픈 전설이 숨어 있음은 잘 모른다.

저승으로 간 사랑 - 쇠소깍의 전설

옛날 이곳 마을의 부잣집에 무남독녀 외딸이 살았다. 그 집 머슴의 아들과 동갑내기였는데, 둘은 한 집에서 자라며 어릴 때부터 신랑각시 놀이를 즐겼다. 다 자란 후에도 둘은 서로를 몹시 사랑했다.

부잣집에서는 이 딸을 먼 마을의 양반댁으로 시집보내려 했다. 이에 두 사람은 주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맺어주기를 빌었으나 주인은 몹시 화를 내면서 머슴 가족을 물씬 두들겨 내쫓아버렸다.

사랑도 잃고 거처도 잃은 총각은 고민 끝에 쇠소깍 상류에 있는 남내소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남내소는 물이 깊어 사람이 빠지면 가라앉아 시체를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뒤늦게 이를 안 처녀는 남자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시신이나마 제 손으로 수습하게 해달라고 매일 밤 자시에 쇠소깍 기원바위를 향해 백일기도를 올렸다.

하늘이 이를 가련히 여겼는지, 큰 비를 내렸다. 남내소의 물이 뒤집히고 넘쳐 남자의 시신이 하류의 쇠소깍으로 흘러 내려와 모래톱에 얹혔다. 처녀는 총각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다가 기원바위에 올라가서 쇠소에 몸을 던져 임을 따라 죽고 말았다.

그 후 하효마을에서는 이들 처녀총각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마을 동쪽에 있는 용지동산에 당을 세우고 대대로 마을의 번영과 무사안녕을 빌었다. 된 가뭄에 기우제를 지내면 비를 내려 시름을 달래주었다.

불효자는 웁니다- 목포 갓바위의 전설

남쪽의 애수어린 항구도시 목포에는 볼거리가 많다. 유달산이 대표적이라면, 해변의 갓바위공원도 찾아볼 만하다. 그리고 갓바위 구경 다음에 가까이 있는 해양박물관을 둘러보면 한나절이 금방 간다.

갓바위는 한 쌍의 바위가 정말 갓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군인들은 갓이 아니라 투구를 썼다고 할지 모르겠다. 이 한 쌍의 바위에도 가슴 아픈 사연이 스미어 있다.

아주 먼 옛날 이곳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소금장수 아들이 있었다. 살림은 궁했지만 효성이 지극한 청년이었다. 아비의 병이 깊어지자 청년은 약값을 마련하느라 이웃 부잣집에 농번기 한철 머슴으로 갔다.

한 달간 열심히 일했으나 못된 주인이 품삯을 주지 않아 전전긍긍하다가 아비 걱정에 빈손으로 집에 와 보니, 이미 아비의 손발이 싸늘하게 식었다.

한 달이 훨씬 넘게 병간호를 못해 아비를 죽게 했음을 통탄하며 청년은 아비가 저승에서나마 잘 지내도록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려 했다. 배로 관을 운반하다가 그만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다. 바다에 들어가 자맥질을 하며 아비의 관을 건지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아들은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은 하늘을 바로 볼 수 없는 불효자라 통회하면서 이곳에 갓을 쓰고 앉아서 굶어 죽었다. 아들이 죽은 후 이곳에 갓을 쓴 모양의 바위 두 개가 솟았다. 사람들은 큰 바위를 '아비 바위', 작은 바위를 '아들 바위'라 이름 지었다. 아들바위의 옆모습을 보면 마치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나 지금이나 부(富)는 왜 그 모양인가

모르겠다. 딸을 죽게 만든 쇠소깍의 부자나 소금장수 일가를 죽음으로 몬 갓바위의 부자나 모두 어쩌면 그렇게 모질고 잔인한지 정말 모르겠다.

자기집 머슴의 아들에게 연정을 품은 딸이 죄인일까. 아비의 약값을 벌려고 철머슴을 살러 간 소금장수 청년이 죄인일까. 부(富)는 사람과 사람을 가르고 가난한 사람의 진정성을 헌신짝처럼 짓뭉개버리는 쇠몽둥이인가.

목포의 갓바위에서는 소금장수 청년의 효심에 울었고, 제주의 쇠소깍에서는 외동딸의 순애보에 울었다. 두 전설이 단지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면, 그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려도 되는 먼 옛날의 비극이라면 남사스럽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리라.

백년 전 일이면 어떻고 천년 전 일이면 어떤가. 그 비극이 지금 우리 삶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음이 나를 무연하게 만들었다. 조금 변형되고 치레만 달라졌을 뿐 잔인하고 모진 삶의 엄연한 현재성이 바위처럼 나를 짓눌렀다.

이 땅 어디에선가 지금 또 어느 머슴 아들이 투신하고, 어느 소금장수 청년이 굶어 죽어 가고 있지 않은가. 쇠소깍과 갓바위의 전설은 전설이 아니라 르뽀르따쥬로 다가왔다. 
 
 
<박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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