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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의 <우리 말글 살리기>
아직도 못 버린 일본 식민지 때 말글살이
한글과 한자를 섞어 쓰면 한글이 죽는다
기사입력: 2012/08/18 [13:2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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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때 명성황후가 쓴 한글 편지. 한자는 하나도 섞어서 쓰지 않고 한글만으로 썼다.     ©이대로 논설위원

이 땅에서 일본이 물러간 지 벌써 67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제국 식민지 찌꺼기가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한 겨레의 말은 그 겨레의 얼이다. 그 겨레의 말이 스스로 바르게 서야 그 겨레의 얼이 스스로 바르게 서고, 그 겨레의 얼이 스스로 바르게 설 때 그 겨레가 스스로 바르게 서고 빛난다. 그리고 그 겨레가 세운 나라가 튼튼해지고 힘센 나라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이 일본 말글살이 찌꺼기를 씻어내지 못하고 홀로서지 못하니 나라가 흔들리고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말글살이는 아직 제 빛을 못보고 일본 발아래 놓여있다.

일제는 130여 년 전 이 나라를 빼앗기 전에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쓰는 한자혼용 말글살이로 만들었고, 1905년 독도를 먼저 빼앗았다. 그리고 1910년 통째로 먹은 뒤에 일본 말글을 가르치고 우리말을 못 쓰게 했다.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서 쓰는 말글살이 방식을 길들이고, 1930년대 들어서 일본어만 쓰게 하고, 1942년에는 조선 말글을 지키고 닦는 일을 하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내란죄로 감옥에 가두고 목숨까지 빼앗는다. 우리 겨레말을 없애고 제 겨레로 만들려는 짓이었다.

한자를 한글과 섞어서 쓰는 말글살이는 일본식 말글살이로서 일제 식민통치 찌꺼기다. 조선시대엔 한자만 쓰거나 한글만 쓰는 말글살이를 했다. 나라의 공식 문서나 공부 책은 한문만으로 썼으며, 가끔 왕실에서 쓴 언문 편지, 개인들이 쓴 편지나 소설도 한글만으로 썼다. 선조가 내린 교지도 한글만으로 썼지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서 쓰지 안했다. 그러나 이 땅에 일제가 몰려오면서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쓰는 말글살이가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한자혼용 말글살이는 일제 식민지 찌꺼기

1886년 일본인 ‘이노우에 가쿠고’가 한문만 쓰던 ‘한성순보’를 ‘한성주보’로 이름을 바꾸고 한자혼용신문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뒷날 왜정시대에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쓰는 말글살이에 길들여서 장차 조선을 지배할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털어 논 일이 있다. 그리고 1895년 국비로 일본과 미국을 유학한 유길준이 ‘서유견문’이란 책을 한자혼용으로 썼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을 설립하고 명치유신 이론을 만들어 이 땅과 동남아를 쳐들어가게 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애제자로서 제 스승이 쓴 서양을 돌아보고 쓴 ‘서양사정’을 본 따서  한자혼용체 글을 썼다. 1906년 6월 6일 대한매일신보는 "한국 유년에게 한자혼용 일문 교과서를 익히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뇌수를 뚫고 일본의 혼을 주사하고자 함이다"라고 쓰고 있다.

▲ 일본 군국주의, 대동아공영권 이론을 창시하고 일본인들을 조선과 동남아 침략자로 만든 ‘후쿠자와 유키치’가 한자혼용으로 쓴 세계 유람기 ‘서양사정’. 유길준은 그를 존경했다.     ©이대로 논설위원
이렇게 이 땅을 식민지로 만들기 전부터 제 말글살이에 길들여서 우리 겨레 얼을 빼버리려고 했다. 그리고 1910년 일제가 이 땅을 먹으면서 공문서를 우리 말글이 아닌 한자와 일본 글자를 섞어 쓰는 일본글 시대가 된다. 한자 섞어 쓰기는 일제가 이 땅에 퍼트린 것이고 길들인 것으로서 일제 식민지 시대 찌꺼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민통치 정책 속에서 일제 때 태어나 일제 한자혼용 책으로 일본 국민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일제 식민지 세대가 일제가 물러간 뒤인 대한민국 시대에도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즐겨서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게 만들고 피해를 보게 된다.

일제는 이 땅을 식민지로 만들고, 우리 민족 말살정책을 시행해 제 민족으로 만들려고 했다. 일본 말글과 일본 역사를 가르치고, 우리 역사를 왜곡한다. 경성제국대학을 세워 식민지 통치 앞잡이를 양성하고, 곳곳에 세운 사범학교에 초, 중, 고등학교에서 일본 국민 교육을 하고, 일본 왕을 섬기게 하고, 신사참배를 하게 한다. 일제 식민 통치는 36년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서히 조선 사람은 일본 사람으로 바뀌고, 일본 군인이 되어 자신들 욕심을 채우는 동남아 침략전쟁터로 몰아갔다. 그리고 우리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을 감옥에 가둔다.

그러나 하늘은 이들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미국과 소련, 영국 들 연합군에게 항복하면서 우리도 우리 말글도 광복하게 된다. 우리 말글로 공문서도 쓰고 공부 책도 만들고, 신문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한단 말인가, 일본 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일본말을 국어로, 일본 역사를 국사로 배우고 큰 일제 지식인들이 학교 선생과 공무원, 정치인이 되었는데 이들은 우리말과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 말글 독립이 어렵게 되었다. 
 
우리 말글 독립을 가로막는 일본식 한자혼용자들

그래도 일제 식민지 때 목숨을 바치며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은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이 땅을 점령한 미국 군사정부에 들어가서 우리 말글만으로 공문서도 쓰고, 공부 책도 만들면서 일본이 못 쓰게 한 우리말을 “도로 찾아 쓰기 운동”을 했다. 그런데 일제 한자혼용 말글살이에 물든 일제 지식인들이 한사코 가로막는다. 보성전문학교 교장 현승종, 경성제국대학 출신 이숭녕과 조윤제가 그 대표 인물들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세운 뒤에 고려대학교 총장,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어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자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들이 대한민국 정치인, 교육자, 공무원으로서 이 나라를 주름잡는다.

▲ 1895년 유길준이 그의 일본인 스승 ‘후쿠자와 유키치’가 쓴 한자혼용 ‘서양사정’을 보고 쓴 세계유람기. 토씨만 한글로 썼다. 한글을 살려 쓴 글이 아니다.     © 이대로 논설위원
더욱이 대한민국을 세울 때 만든 법률문장은 일본 법률문장을, 전문서적은 일본 책을 베낀 것처럼 일본 한자는 그대로 쓰고 토씨만 한글로 바꾸고 보니 대한민국 학생들도 일본식 한자혼용과 일본 말투에 길들게 되었다. 거기다가 조선어학회 회원이었던 이희승이 한글과 우리말을 살려서 쓸 생각은 안하고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어문회’란 단체를 만들어 우리 말글을 살려서 쓰려는 한글단체에 맞서서 우리 말글 쓰기를 가로막으니 한글과 한자 싸움하다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 일제 지식인들은 학자요, 교수라지만 우리 말글만으로는 그 행세를 할 수 없게 되니 저만 편한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일제에 배우고 길들여진 대로 한자혼용으로 신문을 만들고 교과서도 만들어 가르쳤다. 그리고 지식인, 지배층으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래서 아직도 중요한 학술서적과 법률문장과 공문서가 일본식이어서 그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런 책으로 공부한 이들이 국무총리와 고급 공무원, 국회의원과 정치인, 대학 교수와 학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들은 일본식 한자혼용이 좋은 것으로 착각하고 발악을 하고 있다.

한글만 쓰는 말글살이가 가장 좋은 말글살이

일본인들은 그런 우리 꼴을 보면서 아직도 다시 이 땅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세계 으뜸인 제 글자가 있고 제 말이 있는데도 제대로 살려서 쓰지 못하는 우리를 우습게 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분명히 일제 때 우리 아씨들을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가는 못된 짓을 하고도 안했다고 발뺌을 하고, 독도가 제 땅이라고 우기고 있어 우리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이 땅을 물러갈 때 머지않아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는데 아직도 이 땅을 먹을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말글은 죽지 않을 것이며 우리 말글로 일어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미개한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하는 일본은 가라앉고 있다. 우리가 한글로 힘센 나라가 되고 통일하면 일본은 바로 우리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저들은 한글과 한자는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같이 섞어 쓰는 게 가장 좋은 말글살이라고 한다. 한글이란 날개는 크고 힘이 세지만 한자란 날개는 작고 힘이 없어 함께 쓰면 새가 날지 못한다는 것을 저들은 깨닫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 우리말을 한글로만 적을 때 우리는 힘센 나라가 된다.
 
▲ 한자혼용 말글살이 세상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한자혼용 단체들 신문 광고문.     © 이대로 논설위원

 
 
<이대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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