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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률 <두만강 따라 천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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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률 <두만강 따라 천릿길>
백두산 정상에 오르다
장경률의 [두만강 따라 천릿길(1)]
기사입력: 2012/08/15 [11:4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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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 김승산 기자
 
8월 15일 광복절에 즈음해 본지는 중국 <연변일보사>에서 활동하다 최근 정년퇴직한 장경률 기자의 장편기행문 ‘두만강 따라 천릿길’ 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는 두만강의 발원지 백두산으로부터 시작해 천리를 지나 강의 하구 방천과 동해에 이르기까지, 천만년 간 쉼 없이 흘러온 두만강가에 새겨진 우리 민족의 고난과 도전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조국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노래할 예정이다. 두만강은 우리 선조들이 식민지 망국노의 설움을 안고 넘어간 한의 강이자 항일 투쟁의 강이고, 앞으로 우리 민족 중흥의 강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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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또 백두산에 올랐다. 이번까지 도합 18번, 하지만 매번마다 백두산행을 하는 목적이 다르니 항상 새로운 느낌이다. 이번에는 ‘두만강을 따라 천리길’을 제목으로 하여 천리 두만강 답사의 첫 시작을 떼기 위해서였다.

백두산은 우리 백의민족의 성산이다. 또한 더 말할 것도 없이 나의 마음의 성산이기도 하다. 나는 매번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때마다 이 정신적 성산을 찾는 것이 거의 버릇이 되다시피 했다.

얼마 전에 나도 나이가 환갑이 지나면서 이순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정년퇴직하고 새로운 제2인생, 다시 말하면 ‘인생 2모작’의 시작도 여기 백두산에서 시작한다는 데서였다.
 
“오늘 비록 흐리기는 하였지만 천지는 잘 볼 것 같아요.”아침 7시 파랗게 열린 하늘, 찬연한 아침해를 바라보며 안내원이 신심 있게 말하였다.

헌데 웬걸, 한창 백두산에 오르는데 갑자기 칠흑 같이 어두워지면서 먹장구름이 들이닥쳤다. 여기는 7-8월이면 우기가 한창이라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겁고 강한 해양성기류와 북에서 러시아의 시베리아로부터 파죽지세로 충격해 오는 냉기류가 여기 백두산지역에서 충돌하면서 태풍이 몰아치듯 한 이상기후가 흔히 생기는 것이다. 순식간에 천둥번개가 번쩍번쩍, 천지간을 당장 결단내듯 진동치는 우레가 떠렁떠렁, 2만여 명의 등산객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백두산 정상에서 혹은 백두산 기슭에서 저마다 전전긍긍 하였다.

수시로 먹장구름이 들이닥치며 불시에 쏟아지는 장대비에 모두 물병아리가 되였다. 비를 폭 맞더라도 우산은 들지 말란다. 번개가 우산을 든 사람부터 먼저 쳐버린다고 안전일군들이 철저하게 단속하였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우산을 개치고 그냥 찬비를 맞고 말았다. 당시 평원지역의 기온은 영상 30도 좌우였는데 여기 기온은 영상 10도 이하였다. 그래서 비옷을 장만하였거나 하나에 인민페 1000원을 주고 기다란 솜옷을 빌려 입은 등산객들은 잘 참을 수 있었지만 홑옷바람인 대부분 등산객들은 초겨울 같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먹구름이 걷힌다!”삽시에 환호성이 울렸다. 언제 그랬더냐싶게 먹장구름도 순식간에 밀려가자 천지가 환하게 들어났다. 이 지역에 익숙한 지인들의 말처럼 ‘2.8청춘소녀의 얼굴’인양 하루에도 48번 변한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산행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희색이 가득하였다.

백두산, 중국에서는 일명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장백산 봉우리는 수백리를 줄기줄기 뻗어나가면서 장관을 이루어 마치도 수많은 옥룡이 춤을 추며 희롱하듯 하다. 백두산 주봉의 높이는 2749.2미터, 짙푸른 하늘과 흰 솜덩이 같이 뭉게뭉게 피여 오르는 구름 사이로 수많은 뭇산 봉우리들이 옥쟁반같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천지를 둘러싸고 있다.

과학적 고증에 의하면 백두산은 약 25억년 전 해저의 지각운동으로 하여 서서히 융기되기 시작하였고 약 5억년 전에 최종의 육지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약 200만년 전에 지금의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용암이 뿜겨져 나왔고 약 1만 2000년 전 선후 두 차례의 폭발로 크고 작은 화산구를 만들고 화산구 주변에 들쑥날쑥 기이한 산봉우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백두봉 정상에는 중조 두 나라 국계비가 세워졌다. 이 국계비가 제일 처음 세워진 것은 1712년이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장장 300년, 이 기나긴 세월이 두만강처럼 흘러가면서 그젯날의 정계비는 언제인가 가뭇없이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시멘트로 만든 국계비가 세워졌다.
 
백두산 정상에서 국계비를 마주하니 오늘도 감회가 새롭다. 북쪽 켠에는 중문으로 ‘중국’이라 새겨져 있고 남쪽 켠에는 우리 글로 ‘조선’이라고 새겨져 있다. 여기서 백두산천지가 한눈에 안겨 오는데 남으로 도도히 흐르는 것이 압록강이라면 북으로 줄기차게 흐르는 것이 바로 두만강이다. 물결타고 흐르는 뗏목군들과 강가에서 빨래망치를 토닥이는 강을 사이 둔 두 나라 여인들의 모습이 안겨 오는 듯하다.

두만강은 우리 중국조선족을 말하면 한 많은 이왕지사를 증명해주는 역사의 강이다. 우리 울진 장씨네 증조할아버지는 원래 조선의 부령에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놈들의 등쌀을 이기지 못하여 19세기 90년대에 회령으로부터 두만강을 건너 엄동설한의 혹한을 이겨가면서 아흔아홉 구비 오랑캐령을 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산자락의 북켠 덕신구 금곡에 지게짐을 부렸다. 여기다 첫 바가지우물을 파고 초막집을 지었다. 우리 집안에서는 금곡1대를 ‘개척’이라고 불렀다. 이 고장을 개척한 1세대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친척들은 후에 먼 곳에 이사를 갔더라도 조상들이 뼈를 묻은 여기 왔다가면서 흔히 “오늘 개척에 갔다 왔음메!”라고 하였다.

지금도 그때의 그 정경을 눈앞에 그려보노라면 가슴에서 굵직한 핏덩이가 울컥함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이 시각도 조선의 저명한 시인 조기천의 시 <두만강>을 조용히 읊조려 본다.
 
두만강
 
- 조기천
 
이 땅의 북변을 굽이굽이 휘돌아
흘러 흐르는 두만강이여!
부딪치고 감뛰는 그대의 찬 물결에
묻노니 몇 번이나
흰옷의 서러운 그림자 비꼈더냐?

 
찌푸린 낯 누더기 옷
재산이란 옹키운 누더기 옷
재산이란 가슴 속 옹키운 노예의 설움
의탁이란 못박힌 손지팡이뿐
놈들에게 빼앗기고 짓쫓기는 그 신세ㅡ
두만강이여, 이것이
그대 그려둔 조선의 사나이 아닌가?

 
째진 가난 속에 부대껴도
말 한마디 틀리랴 겁내며
눈물에 옷고름 썩어도
앞날을 바라고 한숨을 죽이는
두만강이여, 이것이
그대 그려둔 조선이 녀인이 아닌가?

 
뼈 에이는 얼음장 찬 물결
추격의 총소리 귀뿌리 막치는데
새벽 비친 저 언덕 바라고
운명을 물결에 맡기는ㅡ
두만강이여, 이것이
그대 그려둔 조선의 지사가 아닌가?

 
▲백두의 초목.     © 김승산 기자
▲백두의 폭포.     ©김승산 기자

 
 
 
장경률 기자는 <연변일보사>에서 고급기자, 문화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으로 사업하다가 최근에 정년퇴직했다. 중국조선어학회 이사와 중국조선어규범화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진실 기록을 위한 몸부림> <낚시기법> <세태잡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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