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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첫날부터 국어기본법 위반
한자 혼용 의원선서, 입법기관으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기사입력: 2012/07/07 [15:1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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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은 법을 어긴 선서에 서명하지 않고 자필로 써서 국회에 냈다고 한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스스로 쓰고 서명을 하는 것이 바른 일이다.      © 이대로

지난 7월 2일 19대 국회가 뒤늦게 개원했다. 그런데 그 개원식에서 국회의원들이 읽은 선서가 " 宣誓. 나는 憲法을 준수하고 國民의 自由와 福利의 增進 및 祖國의 平和的 統一을 위하여 노력하며, 國家利益을 우선으로 하여 國會議員의 職務를 良心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國民앞에 엄숙히 宣誓 합니다."라고 한자 혼용글이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지키겠다고 밝히는 글이 국어기본법을 어긴 것이다. 이런 국회가 나라 일을 제대로 할 것 같지 않다. 이 꼴을 본 노회찬 의원이  “한자 투성이 <國會議員 宣誓>는 국어기본법 위반”이라며 국회의장에게 “국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글로 교체 요구”했더니 다음부터는 한글로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견주어 볼 때 가장 한글을 업신여기고 한글전용법이나 국어기본법을 더 지키지 않고 있다. 건국 초부터 행정부의 깃발에 쓴 글씨는 ‘정부’라고 한글로 써 있고, 사법부도 ‘법원’이라고 한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입법부인 국회의 깃발과 국회의원 휘장(배지)은 한자로 ‘國’이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많은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或’자로 보이는 한자를 ‘국회’라고 한글로 바꾸라고 해도 끄떡도 안 하고 있다. 이번에 국회의원 선서를 한자혼용으로 한 것은 아직도 그런 정신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 나라의 말에는 그 나라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으며, 그 나라가 없어져도 그 말을 지키고 있으면 다시 그 나라를 세울 수 있다. 이스라엘이 수천 년이 지난 뒤에 제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제 겨레의 말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주족은 제 말글을 지키지 못해 이 땅에서 그 민족이 사라졌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말은 있으나 우리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중국 한자를 썼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말글에 짓눌려서 우리 말글이 사리질 뻔했다. 다행히 조선어학회 선열들이 목숨을 바치며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아서 오늘날 그 덕으로 자주문화가 꽃피고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리 글자 한글이 있다.

19세기 일본제국은 이 땅을 강제로 점령하고 우리 땅이름을 일본식 한자말로 다 바꾸고, 우리 사람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우리말을 못 쓰게 하면서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는 한글학자와 우리말 지킴이들을 일본국 반역자로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그 때 감옥에서 일본 놈에게 짓밟히고 맞아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 지난날 우리 말글을 지키고 닦은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겨레와 나라가 어찌되었을까! 그 분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일제가 물러간 지금은 우리말을 도로 찾고 빛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그 고마움과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법을 어기며 일본식 한자혼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은 국회 사무국에서 한 일이기에 전화로 담당자에게 “어째서 그렇게 했느냐.”고 물으니 담당자 임 아무개는 “국회법 24조에 그 양식이 한자로 나와 있어서 그랬다.”고 말해서 거기에 한자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와 국어기본법 위반이 아닌가 물으니 “한자로 써야 한다는 말은 없다. 국어기본법에는 위배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국회 공무원들이 시대흐름과 정신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제 말글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 국회는 오늘날이 한문만 쓰는 조선시대나 한자혼용을 하는 일제 강점기가 아니고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 시대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일본 법률문장을 하루빨리 쉬운 우리 말글로 바꾸고 정문과 국회의원 가슴에 단 국회 보람과 깃발에 쓴 에 쓴 한문 ‘國’자와 국회의장 자리에 놓인 ‘議長’이란 한자 이름패도 대한민국 글자인 한글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국회가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받지 않고 자주문화와 우리 말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집단이란 말을 듣지 않기 바란다.
 
▲ 대한민국과 행정부, 법원의 휘장이나 깃발은 한글로 써 있으나 국회는 한자 或(혹)자를 동그라미로 둘러 싼 모양이다. 국회는 의혹 덩어리 집단이라고 스스로 보여주는 거 같다.     ©이대로

 
 
<이대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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