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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꼴찌에서 일등까지’...노무현 장학금 전달
해고노동자·용산참사 희생자 자녀 등 26명 선발
기사입력: 2012/03/02 [15:3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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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이 봉하마을로 귀향하신 뒤 꼭 한번 찾아뵙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속에 늘 죄책감과 공허함이 있었어요. 그 이후 대통령님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에 이런 대통령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 분이야말로 내가 존경할 수 있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대통령, 정치인이라기보다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통령님의 정신이 깃든 재단에서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기쁩니다. 노무현장학생이라는 이름에 엇나가지 않도록 열심히 생활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 회원들과의 첫 만남을 통해 ‘노무현 장학생’이라는 새롭고 뜻깊은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된 선정고등학교 2학년 정선호 학생의 말입니다.

노무현 장학금, 고교생·대학생에 3,800만원으로 확대

2월 28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문재인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2년 노무현 장학생’ 장학증서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이로써 고등학생 14명(각 100만원), 대학생 12명(각 200만원) 등 26명의 학생들이 모두 3,800만원의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해고자 자녀 3명, 용산참사 희생자 자녀 1명 등 우리 사회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무현재단은 지난해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참여정부 정책을 연구하고 학문적 풍토를 다지는 차원에서 대학원생들 가운데 대상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청년들이 깨어있는 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장학금 대상자와 금액을 대폭 늘렸습니다.

노무현 장학생은 후원회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서류심사와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대상을 선발했습니다. 해고 노동자 자녀나 한부모 가정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자신의 꿈을 준비하며 남을 생각하고 봉사정신이 강한 학생, 노무현 정신에 맞는 자세와 품행을 갖춘 학생들이 주요 대상이 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용익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유금자 노무현 시민학교 자문위원, 김미영 자문위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지원자들이 모두 훌륭한 학생들이라 장학생을 선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평이 많아 재단은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학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면접관들도 감동한 청소년들

노무현 장학생들은 “듬직하다” “씩씩하다”란 말로는 형용하기 힘들 만큼 훌륭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오재호(하나고 1년) 학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재호 학생은 어린 나이에도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용산참사 현장, 4대강 반대집회, 쌍용자동차, 언론악법 반대현장에서도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때 만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을 존경하게 되어 사제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학업에도 곧 충실해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은 연로하신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힘든 환경이지만 밝고 의젓한 행동이 돋보였습니다. 노무현재단 청소년 후원회원이기도 합니다. 재단 설립 직후부터 용돈 1만원을 쪼개 매달 5천원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땐 현장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학업 때문에 어렵다”며 “참여하지 못하는 마음의 부채 때문에 후원하고 있다”고 후원의 변을 밝힙니다.

“노무현 장학생 선발 공지를 보고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과연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노무현 정신은 하나가 아니라고 봐요. 어떤 것, 어떤 방향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셨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고, 이익보다 정의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고, 세상에 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빠’ 한 마디에 눈물 쏟은 해고노동자 자녀들

윤재윤(영진전문대), 김민지(신흥대) 학생은 면접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았습니다. 김민지 학생은 어머니가 하시는 포장마차 일을 돕는데다 학비를 벌기 위해 또 다른 아르바이트도 겸하고 있습니다.

윤재윤 군도 그렇습니다. 멀리 울산에서 올라온 이정은(동천고) 학생을 포함해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장인 아버지가 한진·쌍용에서 투쟁을 하다 해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면접 중 모두 ‘아빠’란 한 마디에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하고 참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내 눈물을 그치고 “아빠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고 답했습니다.

윤상필(고려전문학교) 학생은 용산참사 희생자의 자녀인데 몸이 많이 불편합니다. 사정을 고려해 면접관들이 전화로 인터뷰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노무현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

김해가 고향인 안효정(마산대) 학생은 봉하마을에 자주 갑니다. 그날그날 봉하마을에 방문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합니다. 양로원에 가서 노인들께 발마사지를 해드리고, 김해보건지소에서도 봉사를 한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서 지원금에 따라 생활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대통령님 계실 때는 그래도 견딜 만했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집을 보살펴 주는 게 아버지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저희를 보살펴 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외조부와 외조모도 모시고 있는데 어머니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인 가장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접 학비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돈 가운데 일부는 독거노인을 돕는 데 쓰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대학 진학보다 취직이 우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효정 학생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혼자 소방서에 찾아가서 미래의 선배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노트며 책상에 붙여 놓고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처음엔 장학금이란 게 공부를 잘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꼴찌에게 준다는 그 어감이 참 좋았어요. 많은 후원회원이 마음을 모아서 도와주셨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엇나가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사회에 기여하고, 혹 나중에 높은 자리에 있게 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님처럼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꼴찌에서 일등까지, 사람사는 세상에서 여러분은 모두 주인공이고 장학생입니다. 훌륭한 학생들을 추천하고, 이들에게 큰 희망을 나눠준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노무현재단은 회원 여러분과 함께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 사랑과 온정이 필요한 곳에 더 큰 나눔과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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