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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시대의 아픔, 감칠맛 나는 이야기로 승화
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가 박상기 논설위원, 단편소설집 펴내
기사입력: 2011/07/03 [14: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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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픔을 감칠맛 나는 문장을 통해 소설로 승화시킨 박상기 작가(사람일보 논설위원)의 단편소설집 ‘박상기 창작 소설집’이 발간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통으로 수반되는 실직과 취업의 아픔, 재개발을 둘러싼 집단 이기주의, 분단과 국가보안법으로 겪게 되는 평범한 시민의 고통 등을 수려한 필체와 구수한 입담으로 담아내고 있다.

‘대기발령’은 어느 날 갑자기 맞게 되는 잘나가는 직장에서의 구조조정에 따른 40대 가장의 애환을 복잡하고 불공정한 세태에 빗대어 잘 묘사하고 있다.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을 실직 위기에 처한 평범한 직장인의 시각을 통해 애처롭게 조명한다.

월북한 어민의 아내와 한 단란한 가정 사이에 벌어지는 웃지 못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분단과 이로 인해 위축된 한국 사회 슬픈 자화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머나먼 이웃’은 아직도 ‘빨갱이’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가정부로 들어온 아줌마가 남편 소식을 듣기 위해 밤마다 라디오를 통해 이북 방송을 청취하고, 이를 알게 된 주인이 겪는 갈등은 21세기에도 엄연히 존재하며 위력을 떨치고 있는 국가보안법 상 ‘불고지죄’의 야만성을 그대로 전해준다.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이데올로기는 무서운 금기였다. 자신도 모르게 ‘빨갱이’의 가족을 만나거나 접촉한 일만 있어도 반쯤은 빨갱이로 몰려 치도곤을 당했다”며 “지금은 어떤가? 빨갱이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시대에 와 있는가” 반문한다.

1970년대 판자촌과 사창가 등 빈곤 속에서 자란 형제의 상반된 성장과 이를 통해 겪게 되는 형의 아픔과 동생의 우애를 잘 보여주는 ‘덫’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문학평론가)는 “‘덫’은 상실된 자기 동일성의 회복과 연관되는 주제를 가지고 단편소설 양식이 요구하는 단일성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 주고 있다”며 “이 작품의 감동은 이야기의 내용이 특수한 개인의 경우가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의 삶의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둠과도 연관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해’는 작가가 군대에서 ‘꼴통’으로 생활하며 겪은 전북 부안 바닷가에서의 선박 전복사고와 이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배신과 협잡, 어민들의 가난 등 우리 사회 모순을 잘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군대를 제대하면서 바로 썼다. ‘모순 덩어리의 세상, 찰가난의 불평등 사회를 확 뒤엎고 싶고, 그러지 못하게 하는 자들을 죽이고 싶은 심정’으로.

책은 마무리에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새’를 실어 작가의 길에 들어선 당시 저자의 작품세계를 맛보게 한다.
 
밥벌이로 바쁜 일상에서도 틈틈이 창작활동을 통해 일궈낸 이번 소설집은 서울을 떠나 머나먼
제주의 끝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작가의 인생 1막을 정리하는 듯하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가련한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새 각오로 인생 2막을 펼치는 작가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기대해본다.

박상기 작가는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새’로 등단했으며, 이후 월간 <한국인> <시사저널> 편집장과 정책케이블방송 방송주간, 인터넷정책사이트 <국정브리핑> 담당관 등을 역임하며 언론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제주도 남원읍에서 다하지 못한 글쓰기와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해산물과 농산물을 유통하는 ‘남쪽나라’를 이끌고 있다.
 
 
 
<하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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