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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 한일협정과 미국의 동북아 전략
한일협정 체결 46년, 6.3투쟁은 진화되었는가
기사입력: 2011/06/03 [09:3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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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을 체결한 지 46년을 맞는다. 이 협정에 대한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려면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다시 보아야 하고, 6.3투쟁(한일굴욕외교 반대투쟁)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주제는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현실과 맞물려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반도의 국제관계 중심축에 미국과 일본이 상수와 종속변수로 자리를 잡은 지는 광복 66년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부분에 있어 금기구역을 설정한 것 또한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 금기구역에 대한 고찰이야 말로 한일협정이 졸속으로 굴욕적으로 이뤄진 데 대한 근본원인에 다가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기획 분단” 66년이 지난 지금도 민족 분단의 질곡에 갇혀 있는 이 현실은 금기구역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이 비준된 후 우리는 정치 현실에서 또는 수많은 논문을 통하여 그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였다. 그러나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민족문제와 국제관계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는 고여 있단 말인가? 역사의 흐름이 정체되었단 말인가? 적어도 이 문제만은 그렇다 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해방 이후는 물론 한일협정 체결 이후 일본과의 관계는 항시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한 과거사 왜곡, 이어지는 망언, 독도 영유권 분쟁 문제의 원인과 국제 정치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한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비슷한 논리와 대안들이 반복적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논리의 공허성과 법리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일협정의 기원

한일 협정을 다시 보려면 한일협정 반대투쟁을 다시 보아야하고 6.3투쟁(한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6.3 한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은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연 35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시위와 집회에 참가한 폭발적 투쟁이었다.

그러나 1964년 6월3일 계엄령을, 1965년 위수령으로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제압하여 굴욕적 한일협정 체결을 관철했던 한국 정부는 1964년 한국 국민의 99.1%가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뉴욕 타임즈는 한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을 “한국인들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 반응”으로 왜곡하고 폄훼하여 보도하였다

굴욕적 한일협정이 비준되고 그 굴욕적 외교 반대투쟁을 미국 언론 매체가 폄훼한 배경은 무엇인가? 외세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에 대한 논의와 당시의 투쟁에 대한 성찰은 한일협정이 굴욕적으로 체결된 근본 원인에 대한 접근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한일국교 정상화는 미국에게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미국은 이의 관철을 위해 집요하게 간섭하고 조정자의 역할을 자임했을까? 한일회담을 성사시킨 5.16 군사 반란세력은 미국에게 무엇이었을까?
 
1964년 5월 3일 영국 BBC 텔레비전에 출연한 5.16 당시 미국 CIA 국장 델레스의 연설은 5.16 쿠데타 세력의 미국 도구설을  입증하고 있다.

“내가 재직 중에 CIA의 해외 활동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바로 이 혁명(5.16 쿠데타) 이다. 미국의 일부 지도자가 지지하고 있던 장면 내각은 이 승만 정권을 타도한 민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참 위험한 순간이었다. 만약에 미국이 아무것도 안했더라면 민중은 공산주의 선전에 말려들어 남북통일을 요구하는 폭도들을 지원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미국의 남북통일 반대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  발언이 아니겠는가. 이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가 ABOK(Anything But One Korea )임을 천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후 학생들의 시위 구호는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였던 것을 기억하는 필자는 델레스의 연설의 의미가 우리 현대사에 끼친 미국의 영향력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죽비 같은 의미로 읽혀지고 있다. 범인이 범행현장에 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듯 덜레스는 미국의 쿠데타 개입을 공중파를 통해서 자백한 것이다.

담합(Cartel)에서 국제관계의 정상적 복원을 위하여

미일 제국주의 카르텔은 태프트-카츠라 밀약에서 비롯된다. 그 수명은 동기만큼 불순하고 질기다. 미국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개입한 흔적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1. 1964년 1월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과 러스크 국무장관이 내한하여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조속히 타결하라고 종용하였다.

2. 1964년 9월에 방한한 국무성 차관보 윌리엄 번디는 “미국은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미국의 입장을 재천명하였다.

3.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에서 한국전쟁과 대만해협 분쟁과 같은 국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 경우 재일미군이 분쟁지로 이동하여 북태평양에 진공상태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일본이 메워야 한다.(6.3 학생운동사 39쪽)

이는 1963년 2월 일본을 방문한 질 패트릭 미국 국방장관이 NHK TV에서 행한 발언이다. 위의 질 패트릭의 발언을 1958년 6월 한일회담의 전권대표로 임명된 사와다(澤田)의 발언에 대한 화답으로 연결 짓는다면 필자만의 논리적 비약일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일본을 위협하는 세력이 한반도에 진출해 왔기 때문에  이를 압록강 밖으로 몰아내기 위한 싸움 이었다. (침략의 역사를 방어의 역사로 바꿔치기하는 왜곡의 전형을 보게 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38선을 압록강 밖으로 몰아내지 않는다면 선조들을 대할 면목이 없어진다. 이것이 일본외교의 임무이다. 한일 당국이 당면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38선을 북으로 후퇴시키기 위한 노력 또한 중요하다.”

문제는 이렇다. 기본조약이나 청구권 협정의 자구나 조문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민족적 이해와 국익에 복속되지 않고 굴욕적이며 졸속으로 조인된 배경을 주목하지 않는다면 문제해법은 곁가지만 맴돌 수밖에 없다.

소모적 논쟁과 Bandage Theory(One Shot Theory)에 불과한 대응으로는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도출할 수가 없다고 본다. 일본의 망언과 과거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으며 일본의 몰역사적 인식에 준거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계획적이고 집요했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역사적 배경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은 금기구역을 설정한 한계에 갇혀 있지 않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서 필자는 다시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46년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36년에서 10년을 더 넘긴 긴 기간이다. 그러나 굴욕적 한일협정은 그 문제점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제는 5.16 군사반란 세력의 부일 정체성과 미국의 태평양 아시아 방위전략의 관철을 위해 한일 협정이 졸속, 굴욕적으로 체결되었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이 말하고 답하는 세계화 시대에도 규정은 엄격히 지켜져야 하고 이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와 행위 주체는 규제되고 시장에서 퇴출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어떤가. 미국과 일본은 군사전략적, 정치적 담합을 통하여 세계 최대 강국과 경제대국의 지위를 확보했으나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요 냉전의 사각 지대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일본의 담합에 의한 카르텔 시대의 불공정 게임은 종식 되어야 한다. 담합은 퇴출의 대상이지 재정립해야 할 국제관계의 미래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은 생존을 위해 자존을 넘겼는가.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 신제국주의 일극체제에 순치되고 학습된 자화상을 보는 것은 참담하다. 그러나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이야말로 굴욕적 한일협정 체제를 넘어서는 출발점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태프트-카츠라 밀약(1905년)에서 비롯된 미.일 카르텔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구한말의 제국주의가 본질적으로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인 현실을 감안할 때 담합의 주체에 대한 성찰은 정상적 국제관계의 복원을 위한 정지작업일 것이다.

맺음말
 
“지금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만 그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또 정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 조세희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서문에서 밝힌 절절한 그의 가슴이다. 가슴이 사라지고 시장 근본주의의 깃발 아래에서 탐욕에 복무하는 현재도 “난쏘공”의 서문은 유효하다.

현실은 더 악랄하게 진화되어 현재 진행형이 되어 있지 않은가. 참으로 그때도 참을 수 없었지만 지금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굴욕적 한일 협정비준 체결이 박정희의 경제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찬가와 함께 정당성확보는 물론이려니와 미래의 모델로 자리 매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생존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민족의 자존을 넘기고 또 다른 외세의 국익과 전략적 이해에 복속된 지금도 굴욕적이며 졸속으로 체결된 한일 협정은 국제 협약으로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한일협정 체결 당시와 지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굴욕적 한일협정 비준체결이 5.16군사반란 세력의 ‘부일’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에 동의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자구나 법조문 수정 등의 법리 논쟁은 그 어떤 것도 변환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굴욕적 한일협정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갇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잘못된 국제협약의 폐기와 재체결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길은 공허한 법리 논쟁에서 벗어나 굴욕적 한일 협정체결 논의에서 실종되었던 “분단된 한반도” 현실의 복원과 성역에 갇혀 있었지만 이미 공개된 비밀인 “미국의 동북아 방위전략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금기구역에서 끄집어내고 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굴욕적 협정을 폐기하고 자주국가의 품격을 살릴 수 있는 한일 협정을 재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만이 6.3투쟁의 처음이요 마지막 대안이 아니겠는가.
 

<김승자 칼럼니스트(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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