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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의 <우리 말글 살리기>
갈수록 더 심해지는 영어교육 ‘열병’
영어 논문만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조선일보 큰 말썽
기사입력: 2010/09/19 [18:0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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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1일 한글회관 교육관에서 한말글문화협회 주최로 영어 논문만 점수를 많이 주는 조선일보의 대학평가 방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대로

일찍이 김영삼 정권이 시작한 영어 조기교육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국어와 국사, 다른 외국어 교육을 뒷전으로 몰아 교육환경을 더럽히고 우리 말글살이까지 어지럽게 만들었다. 영어 조기유학바람을 일으켜서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영어 발음을 잘하게 한다고 혀를 수술하는 애들도 나왔다. 김대중 정권 때부터 경기도를 시작으로 영어마을을 만들더니 영어 특구, 특별자치도도 생겼다. 개인도 나라도 영어에 돈을 물 쓰듯 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영어를 우리 공용어로 하자는 무리까지 설치고, 실제로 영어로 회의하는 기업과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까지 나왔다. 이 영어 망국병이 얼마나 어디까지 번질지 걱정이다.

이렇게 영어 열병이 심각한데 정부도 언론도 기업도 학교도 그 잘못을 모르는지 점점 영어 구렁텅이로 학생과 국민을 몰아넣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쳐도 잘 안 되니 아예 유치원부터 영어에 시달리게 만들고, 영어 수업시간을 자꾸 늘린다. 그리고 국어와 역사교육시간은 줄인다. 중, 고등학교에서 하는 영어 교재와 영어 교사와 교육환경은 개선하지 않고 무조건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좋은 줄 알고 조기교육을 시행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 한마디로 잘못 낀 첫 단추였는데 거기다가 자꾸 나머지 단추를 끼니 더 교육이 꼬일 수밖에 없다.

학생도 학부모도 장관도 대통령도 영어만 바라보고 있는 꼴이다. 이는 마치 불나비가 불빛만 보고 제 몸이 타서 죽는 줄도 모르고 불에 날아드는 꼴이다. 영어 열병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신문까지 있다. 영어 교육을 부채질하는 하는 것으로 배가 차지 않았는지 영어로 논문을 많이 쓴 개인과 학교만 우수한 학교로 평가해서 대학교육을 영어 올가미로 꽁꽁 묶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11일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가 주최한 이야기 마당에서 외대 유재원 교수가 “한국어가 아무 소리 없이 학문어의 자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조선일보가 외국 회사와 함께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을 전제로 대학 교수와 대학을 평가하기 때문에 결국 영어 논문 비중이 70%나 반영되게 짜여 있다. 더욱이 이 평가를 외국 회사의 검색기계로 자동 처리하는데 한국어로 쓴 논문은 0점으로 처리된다. 그런데 각 대학이 이 평가에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와 같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면 ‘0’점을 받고 영어로 논문을 써서 국제 저명 학술지에 실리면 1억 원의 포상금을 받고 큰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있는 현실에서 한국 대학 교수들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어로 논문을 쓰는 교수는 ‘패배자[looser]’임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말 한국어는 이 땅에서 학문어로서의 지위를 영원히 잃고 저급한 2류 언어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이런 대학 개혁이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의 학문 수준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나 인도, 필리핀과 같은 나라의 위치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또 유 교수는 “학문과 문학을 창조하지 못하는 언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극히 간단한 이치다. ‘청’을 세운 만주족과 ‘원’을 세게 최대의 제국을 지배했던 몽골족도 한자와 중국어에 문화 주도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이런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인류 최초의 학문과 사상, 문학을 꽃피웠던 수메르어와 산스크리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사라진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유럽 문명의 모태인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아직도 서양 여러 나라의 언어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우리말로 좋은 학술논문을 많이 쓸 때 우리말이 힘센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에 토론자로 나온 국립국어원 최용기 부장과 참석자들은 모두 영어 논문으로만 대학 평가를 하는 일에 대해서 “어이없는 일이다. 조선일보가 대학교수와 대학을 평가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김두루한 외솔회 사무국장은 “한국말은 학문에서 존중받은 일이 없다. 이제 우리말로 학문을 하고, 정부와 한말글 단체가 우리말을 힘센 말이 되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토론을 했다.

일찍이 100 여 년 전에 한말글 운동 대 선배인 주시경 스승은 "나라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른다." 시며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한말글이 빛나기 전에 일본 제국에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 말글이 사라질 위기에서 광복이 되어 살아났다. 그리고 지난 60여 년 동안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우리 한글 운동가들이 애써서 한자로부터 한말글을 지키고 빛낸 덕분에 오늘날 온 국민이 우리 말글로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드물게 빨리 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주의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말이 중국 한문과 싸워 이기는가 했더니 이제 영어에 우리말이 치여 죽을 판이다. 영어 교육에 우리말 교육이 밀리고, 나날이 쓰는 말글살이에 영어가 끼어들어 우리말을 더럽히고 있다. 영어 조기교육을 시작하면서 일어난 영어에 미친바람이 점점 더 세차게 불고 있다. 이제 대학 논문을 우리말로 쓰면 점수를 주지 않고 영어로만 논문을 써야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한다. 영어로만 강의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국어 박사 학위를 받을 때도 영어로 문답을 하고, 교수와 대학을 평가할 때도 영어 논문으로 평가를 한다고 한다. 영어 식민지로 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하다.

미국이나 영국도 아니고 멀쩡한 제 말글이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과 언론기관이 그러는 것은 큰 잘못이다. 영어 열병을 부채질해서 참교육을 못하게 만들고 우리말과 학문을 죽이는 짓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어 교육에 나라는 말할 거 없고 개인도 너무 많은 돈과 힘과 시간을 바쳐서 다른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나라와 겨레의 뿌리가 썩어가고 있어 걱정인데 언론이 바로잡을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더 하니 기가 막힌다. 조선일보는 그 사업을 당장 그만두라.

최근에 대학생 때부터 수십 년 동안 한말글 사랑 운동을 하는 내 후배가 "어느 대학에 교수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말글 운동을 안 하겠다는 서약을 하라고 한다."라며 어찌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참으로 기가 막혔으나 “걱정하지 말고 서약을 하고 교수가 되라.”라고 말한 일이 있다. 한자와 영어로부터 우리말이 독립하지 못한 서글프고 부끄러운 현상이다.

나라밖에서는 우리 말글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그 반대다. 오늘날 책방에는 한글로만 쓴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신문도 모두 한글로만 쓴다. 이렇게 한글세상이 된 게 배가 아픈 세력은 이제 한자의 지위를 영어로 이어받아 우리 한말글을 죽이려 하고 있다. 당장 영어 편식 교육을 중단하고 다른 과목 교육도 잘 가르쳐야 한다. 이제 제 나라말보다 영어만 섬기는 학교, 학자, 언론기관, 정치인은 이 땅에서 몰아내자. 영어가 그렇게 좋은 이는 영어나라에 가서 살라고 하자. 우리 말글로도 논문을 잘 쓰면 더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
 
 
<이대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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