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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위기의 이명박정권, 보안법 카드 꺼내나
선거 앞두고 국가보안법 사건 속속 터져...사이버 수사대 확대 개편도
기사입력: 2010/04/07 [09:3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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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정권의 비판적 세력 죽이기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은 지난 9일 대구지방경찰청 보안과가 '함께하는 대구 청년회' 사무실과 단체 회장인 이성훈(38)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건이다.

경찰은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소지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는데, 대구청년회 사무실은 민주노동당 예비후보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청년회 회원 출신으로 구의원 예비후보 황순규씨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교조, 공무원 노조, 민주노동당에 대한 탄압이 이제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단체로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은 하지만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청 보안과는 '국가보안법 찬양 고무 조항 위반'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 채 구체적인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또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전직 간부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간부 3명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실천연대는 3명 중 1명의 간부는 실천연대 활동을 그만두고 과거에도 연행돼 조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혐의점이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경찰이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찰은 조사에서는 실천연대 활동뿐 아니라 재학시절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간부로 활동했던 이력까지 끄집어내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가 모 인터넷 방송국 운영자 윤모(38)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경찰은 윤모씨가 홈페이지에 북한노래 수십 곡을 올렸고, 특히 전국공무원노조 지부 홈페이지 등에 링크에 노래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들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특히 조선일보가 전공노 홈페이지에 북한 노래 20여곡이 게재돼 있다고 보도한 이후 꼭 일주일만에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전공노 죽이기라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학원 사찰도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경찰은 학술단체인 자본주의 연구회 조세훈씨의 아이피를 추적해 인적사항을 요구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외국환 거래 혐의를 잡았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경찰은 이와 관련한 어떤 자세한 설명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이 마구잡이로 혐의를 걸어놓고 학원 사찰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인터넷 상에서 국가보안법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난 23일 경찰청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 고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표현물이나 글을 적발해 자진삭제하도록 조치한 사례가 1만 4천 43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천여건에 머물렀던 수치가 2009년 10배 가까운 수치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11일 미국 국무부가 '2009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인터넷 검열 감시 대상국으로 명단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감시 대상국은 우리나라 외에 바레인, 러시아, 스리랑카 등 11곳이 뽑혔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보안법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부 비판 세력을 죽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와 올해에 1천여명의 보안경과자를 뽑은 점,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비한다며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분석계를 보안사이버분석대로 확대 개편한 것도 공안 정국 조성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특별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전력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윤지혜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한 농민 시인이 인터넷으로 통일을 기원하고 농민의 팍팍한 생활을 내용으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압수수색하는 등 어떻게 보면 과거 정부 시절 기소가 되지 않을 법한 사건이 줄줄이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공안사건을 원하는 정권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수사대를 확대 개편한 것을 두고도 "정권의 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촛불 정국 이후 남아도는 인력을 활용해서 공안 사건으로 쉽게 옭아매기 위해 국가보안법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윤 국장의 설명이다.

윤 국장은 "앞으로 이런 정도의 국가보안법 수사를 하게 되면 무고한 시민이 처벌을 받거나 표현의 자유나 기본권을 요구하는 부분에 있어 위축효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면서 "용산참사나 피디 수첩 사태와 같이 생존권 문제나 사회 민주화 문제도 공안 사건과 같은 관점으로 처벌한 가능성이 높고, 보안법을 활용한 통치가 강화돼 공안기관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위기도 국가보안법의 망령을 다시 끄집어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명박 정권 앞에는 당장 천안함 침몰 사건이라는 대형 이슈가 어디로 튈지 모른 상황이고, 천주교 등 종교계가 반대하는 4대강 문제, '쪼인트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언론장악 문제, 소송으로 번지고 있는 독도 발언 등의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윤 국장은 "선거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사회 비판세력과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공안 기관을 이용한 수단이 가장 손쉬울 것"이라며 최근 진행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비판했다.
 
 
<민중의소리=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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