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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한, 한반도 평화정착 계기 마련해야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한반도 장벽 허물어야
기사입력: 2009/11/09 [13:4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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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1865년 창간) 진보적 주간지인 'The Nation'에 실린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기사의 원문은 "포로의 역설-Berlin, Israel, Mexico: Walls Across The World"이다.

11월 9일이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이 된다.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하여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로스앤젤레스의 "Wall Project"야말로 가장 기념비적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행사의 정치적 메시지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에 의해 선임된 예술가들은 베를린 장벽과 웨스트 뱅크 사이의 경계선을 따라 설치된 이스라엘 장벽의 유사성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 설치한 미국 장벽의 유사성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예술가들의 이 작업을 1989년 장벽이 붕괴될 당시의 정치적 레토릭에 비할 수는 없다.
 
LA 의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행사는 Culver city의 사설 박물관인 Wende Museum이 주관하고 LA 시가 후원하고 있다. 설치 예정인 장벽 가운데는  카운티 예술 박물관 앞거리를 가로막고 설치될 예정인 60 피트 길이의 베를린 장벽 복제품도 포함된다.
 
설치될 장벽에는 우리 삶에서 장벽이 주는 의미를 창조적으로 형상화 할 벽화도 포함되는데 대표 작가는 Shepard Fairey 와 Thierry Noir 이며 Fairrey는 오버마의 상징이 된 "Hope"-희망- 포스터를 그린 작가다. Noir 는 프랑스 태생으로 베를린에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1989년 베를린 장벽에 그린 벽화로 유명한 작가다. LA Times 와의 인터뷰에서 Fairrey 는 LA 장벽에 그린 벽화는 반전(反戰)은 물론이려니와 모든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며 팔레스타인에 설치된 이스라엘 장벽과 같은 형태라고 말했다.


Noir 는 베를린 장벽과 미국이 멕시코 국경 지대에 설치한 장벽의 유사성에 대해서 그릴 것이며 "모든 장벽의 설치에 반대하며, 모든 장벽은 해체해야 된다."는 것이 벽화가 주는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한다면 이스라엘 장벽과 미국 장벽도 베를린 장벽이 그랬던 것처럼 무너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스라엘에서의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은 팔레스타인의 권리이며, 미국에서의 멕시칸들의 거주권 또한 허용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를린 장벽이 서방세계의 자유에 의해서 스탈린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려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면 이스라엘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려는 그들의 정당한 권리에 의해 시오니즘의 순혈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Noir의 관점은 베를린장벽이 한 나라를 두 나라로 분단시킨 것처럼 미국 장벽은 원래 멕시코 영토였던 캘리포니아와 남서부지역을 멕시코로부터 분리시켰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분단되었던 독일이 하나로 통일된 것처럼 멕시코 국경의 -"Aztlan"- (미국 영토와 멕시코 영토로 분리되어 있다.)도 언젠가는 재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들의 관점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는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한반도의 장벽도 이제 무너져 내려야

LA 의 "Wall Project"가 베를린 장벽 붕괴의 의미를 오롯이 담아냈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20세기는 물론이려니와 21세기에도 요지부동인 장벽에 갇혀 지내는 한반도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국의 영토 늘리기 탐욕과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촉발된 '벽 쌓기'는 세계의 전쟁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국토방위와 안보장사의 결탁이 필연인 까닭이다.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벽 쌓기는 보이지 않는 벽과 증오의 동력이 되어 접전은 가속화 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좁힐 길이 없게 된다. 벽 쌓기가 증오를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얘기다.
 
스톡홀름 증후군( Stockholm Syndrome)이 따로 있겠는가. 벽 쌓기로 인한 내부 분열에 순치된 사람들은 기꺼이 제국의 협조자가 된다. 제국의 원천 기술이 분리 통치(Divide and Rule)인 까닭은 이처럼 명백하다. 38선,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불리는 우리의 장벽은 그저 선(線)이고, 지대(地帶)이며, 구역(區域)일 뿐이라고 우기지 말아야 한다. 전범국도 아닌 피식민지 국가의 분단은 전쟁을 내재하고 있었고 수백만의 희생과 1천만 이산가족의 눈물에도 장벽은 강고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를 가로 지른 장벽은 장벽에 속하지도 못한다. ‘자유세계의 자랑스러운 지킴이’라는 펼침 막에  가려진 때문이 아니겠는가. 냉전이 공식적으로 사라졌다고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버젓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G20 정상회담 유치에 만세삼창으로 정부 지도층 인사들이 감격시대에 몰입하고 있지만 한반도는 벽 속의 포로로 남아 있다.

‘만세 삼창은 포로의 역설’인 셈이다. 지금 벽은 강고하다. 벽 쌓기의 장본인인 미국과 한반도의 남측이 또 다른 벽 쌓기의 기제인 ‘작계’를 주물럭거리고 있다. -5027 작전 계획-말이다. 북측 또한 핵 연료봉 문제를 완성한 것으로 ‘벽 쌓기’에 화답하고 있다. 전략적 노림수이기도 하고 제 몫 챙기기이기도 할 것이다. 만세 삼창이 포로의 역설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그 인식이 보편화 될 때 우리의 벽 허물기는 가속화 될 것이다. 
 
남과 북 우리 모두의 제 몫은 ‘벽 허물기’가 아니겠는가. 며칠 있으면 오버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다. 이스라엘 장벽도  미국의 장벽도 허물어져야 하지만 철옹성으로 버티고 선 한반도의 장벽도 이제 무너져 내려야 한다.

나는 그가 스톡홀름 증후군 감염자나 미국의 우등생들과의 회담에 앞서 한반도를 가로지른 장벽 앞에 서기를 소망한다. 정치적 수사학이어도 좋다. 체코 프라하에서의 감동이 한반도에서의 커튼콜이 되기를 소망한다. ‘종전 선언과 더불어 정전협정이 폐기되고 평화협정의 체결 선언’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 길은 가보지 않은 길(The road is not taken)이다. 그러나 그 길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역사는 벽 쌓기를 한 자에게 벽 허물기 책무도 지워 놓았기 때문이다. 역사의 진보를 믿는 까닭이다. 
 

<김승자 /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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