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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의 웃음...‘아람회’ 재심의 기나긴 여정
진실을 위한 끈끈한 사랑, 그리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재판부의 용단
기사입력: 2009/05/22 [14:2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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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이 21일 재심 무죄선고를 받고 서울고법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있다.     © 취재부

 
2009년 5월 21일 10시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으로 들어서는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몇몇은 어둡기까지 했다. 판사의 최종선고가 끝나고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법정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엔 분노와 웃음, 그리고 눈물이 섞여 28년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28년 만의 재심판결. 시간은 과거사 청산을 외치던 민주정부 10년을 훌쩍 지나가 있었다. 상당한 부담이었다. 신영철 대법관이 2008년 촛불재판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진통을 겪고 있는 시점이다. 불안했다.
 
더욱 더 걱정되는 점은 이 정권 들어 재판을 맡은 담당판사까지 바뀐 점이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바뀐 재판부는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진실위가 재심 결정을 내렸고, 사실관계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2000년대 28년만의 재심에서도 80년대의 재판과 비슷한 ‘혹시’ 하는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재판장에 들어서는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였다. 
 
기우였다. 뒤틀린 역사는 이날 다시 바로 세워졌다. 판결문은 너무나도 강한 어조로 28년 전 사법부가 범죄로 낙인찍었던 아람회 사건이 정부의 날조사건이었음을 확인했다.

선고 후 기자회견이 끝나고, 긴장감이 풀어진 점심식사 자리에서는 이날 법정에 들어가던 순간의 감정들이 하나둘씩 쏟아져 나왔다.

사건 변론을 맡은 황정화 변호사는 “민족일보 사건이나 오송회 사건의 재심보다도 진일보한 판결문이었다”며 이번 판결문에 대해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재판부의 용단”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재심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피해자들과 관련해서도 “이번 판결을 참고로 하면 재심결정을 기대해 볼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재판을 참관했던 조영건 교수 역시 “오늘 판결문은 극단적으로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정권과 검·경에 던져진 기소장”이라고 말했다.
 
당시 판결에서 아람회 사건의 수괴로 지목받은 정해숙 선생은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며 “집사람과 딸, 그리고 여기 계신 모든 피해자들과 함께 해준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갖은 고초를 겪었던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사람들은 ‘반국가단체 아람단의 해체’를 말했고, 정해숙 선생을 ‘수괴’라고 놀리기도 했다. 28년의 한을 푼 벅찬 감동 속에서 이들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며 치가 떨렸던 사건을 이제야 비로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기쁨 뒤엔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이의 슬픔도 있었다. 김현칠 선생은 너무나 긴 여정 중에 힘들고 짜증이 나서 중간에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그때마다 박해전 동지가 내게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역사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용기를 줬다”며 길었던 법정싸움을 함께 해준 동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아까 판사가 판결문을 읽을 때 죽은 재권이가 생각 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다시 목소리가 떨렸다.

기자회견장에서 오열을 참지 못했던 사망한 이재권 씨의 부인은 “돌아가신 지 10년, 마음에 너무 무거운 짐을 안고 가셨는데, 이제 저승에서라도 무거운 짐을 내려놨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며 재심판결이 있기까지 노력한 피해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쁨과 슬픔 뒤, 이들에겐 다시 과제가 남았다. 아람회 사건의 재심과정을 이끌었던 박해전 선생은 고인이 된 동지의 부인에게 엄숙한 어조로 “아람회 사건 이후 30년간 함께 걸어왔던 것처럼 오늘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시간”이라며 “이재권 동지의 평안한 영면을 위해 온 겨레가 행복해 질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해전 선생은 앞으로 아람회사건 고문조작부터 28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기까지 피해자들의 삶의 기록을 출판해 과거사청산의 본보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들도, 피해자의 가족들도, 그리고 함께 했던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반국가단체의 굴레가 풀린 이 날은 새로운 희망을 안고 새롭게 시작하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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