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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법어’에 푹 빠진 언론들
[김승자 칼럼] 이명박 정부의 '악법' 제정에 공범 들러리를 경계한다
기사입력: 2009/03/03 [20: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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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쏠림을 어찌해야 하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몰아온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박근혜의 영험성 있는 법어가 사회를 휘감아 돈다.

이명박 정권의 악법 제정 속내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따른다. 신자유주의의 복속을 전제한다면 종미주의적 분석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원조 미국의 경제가 휘청거리는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은 어디에고 없다.

사교의 광신도들이 교주의 악행이나 비리가 발각된 뒤에도 '연단'이나 ‘순교’라는 자의적 해석을 일삼으며 집단자살을 택하거나 더욱더 교리에 몰입하듯이, 지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에 몰입하고 있다. 죽은 교주를 붙잡고 살리고 말겠다는 형국에 다름 아니다.

폰지 사기로 들통이 났지만 월가의  금융 근본주의는 도덕을 배제하고 있다. 어디 폰지 사기뿐이겠는가.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은 신용 디폴트 스왑(credit default swap)을 대량살상무기라고 했다. 다단계 금융사기를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성찰이다.
 
그뿐만 아니다. 도덕이 배제된 사례는 넘쳐단다. 메릴 린치의  전 최고경영자였던 존 세인( John Thain) 은 3만5천 달러짜리 골동품 세면대를 자신의 화장실에 설치했으며, 뉴욕의 마담뚜는 월가의 단골들이 법인 카드로 사창가에서의 성 거래를 결재했다고 밝혔다. 금융사기 잔치가 끝난 뒤에도 구제금융으로 응급 수혈된 자금은 경영자 클럽의 보너스로 쓰였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의 민생법안으로 포장한 각종 법안은 경제에서 도덕이나 윤리를 제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금산분리법 개정이 그렇고 재산세 감세와 양도세 감세를 위한 각종 부동산 세제법 개폐가 그렇다.

이번에 박근혜의 영험한 정치력으로 그 처리가 100일간 유예된 미디어 법안도 마찬가지다.
KBS 사태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정권은 언론 흐름의 왜곡과 여론 조작의 유혹에 푸욱 빠져 있다.

언론매체의 정권 홍보수단이 예견되고 조중동의 방송장악은 이미 예견된 바다. 사회협약상의 최소한의 윤리강령을 제거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얘기다. 사기가 따로 없다. 물론 언론노조는 ‘국회사기극’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의 일부와 일부 언론이  박근혜의 법어(?)에 빠져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근혜의 짤막한 한마디는 늘 각종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차이가 있기는 해도 진보매체도 예외가 아니다. 얘기는 간단하다. 고승대덕의 법어처럼 단문이다.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라고 하면 ‘박근혜, 큰 정치 시동 걸어’라고 언론이 화답한다.
‘국민이 동의해야’ 지난달 밝힌 미디어 법안에 대한 박근혜의 법어다. ‘여당 속의 야당’ 지체 없이 화답한다.
 
법어에 목을 매는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뉴스 가치’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천편일률적 모범답안을 내민다. 박근혜처럼 비중 있는 정치인의 얘기는 영양가가 있다는  부연 설명도 따른다.

불의의 역사는 망각의 수혜자다. 망각의 그늘에서 그것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다. 언론노조가 ‘국회사기극’으로 지칭한 미디어법의 100일  유예 사건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 기억 투쟁이야말로 불의의 역사 청산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조선일보
“한마디 했을 뿐인데 또 확인된 박근혜의 위력”

# 중앙일보
 “미디어 협상 흐름 바꾼 박근혜 파워”

# 동아일보
“또 확인된 박근혜의 위력”

# 한국일보
“참 대단한 박근혜의 힘”

# 한겨레
“박근혜 한마디 촉매제 됐다”

# 경향신문
“직권상정 직전 교통정리 모양새”

친박연대의 박근혜 홍보물이 아니다. 조중동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의  3월2일자 기사 제목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의 내용도 함께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은 할 만큼 했다.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방송법 표결 시기를 못 박는 것 정도는 야당이 받아 줘야 한다."

문맥의 전체 흐름을 볼 때 한나라당의 인내와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에 대한 치하와  야당을 향한 훈계라고 할 수 있다. 알아서 자리를 펴주는 언론은 이미 박근혜 대권 행보의 영토다.

훈계에 대한 민주당 대표 정세균의 깨달음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국민에 대한 그의 연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나의 선택이 현실 정치다. 환율이 1590원으로 치솟았다. 국민을 위한, 국가경제를 위한 결단이다.”

에둘러 가지 않겠다. 시장만능주의의 한계는 탐욕에 예속된 인간의 한계다. 시장만능주의는 원천적으로 탐욕을 내재하고 있다. 그들의 경제사전에는 1%에 의한 적하 효과(trikle down effect) 밖에 없나보다. 1%를 위한 애정이 가상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들의 이론에 의하면 99%는 떡값을 주고 떡고물에 감격해야 한다.

미디어법의 강행처리 최종 목표도 일본 자민당식의 장기 집권에 있음은 공개된 비밀이잖은가. 그런데도 제1 야당과 언론은 2009년 3월2일 국민을 위해 극적 타결을 했다고 합창을 한다. 그것도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근혜의 위력에 의해서라는 단서를 붙여서.

아무래도 기득권 유지가 공통분모인 것 같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변명이  한없이 옹색해 보이니 말이다. 보수정권의 재창출에 제 발로 저벅저벅 걸어들어 가 공범의 지위를 가뿐하게 획득한  “미디어 법 타결”의 진실을 훗날은 어떻게 기억할까. 그 민얼굴을 어떻게 기억할까?
과연 공범사회는 투쟁의 날을 벼리기나 했을까?
 
오늘따라 송건호 선생의 눈물이 어른거린다. 그는 심산 김창숙 선생 평전을 쓸 때 눈물이 쏟아져 원고지를 적셨다고 했다. 그 눈물이 큰 강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그 강줄기를 따라가면 길이 있을 텐데. 

 



김승자 기자는 한국 양심수 후원회장이자 미주방송 뉴스해설위원,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사)남북민간교류협의회 공동대표로서 평화와 통일운동에도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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