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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과학철학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39
기사입력: 2020/04/21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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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과학철학’ 

▲ 강대석 저서 <현대철학의 이해>     ©사람일보

실증주의를 계승하는 신실증주의철학이 오늘날 자본주의사회를 주도하면서 많은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은 이 철학이 종래의 진부한 형이상학을 극복하고 새로운 ‘과학철학’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철학사를 음미하면서 철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러한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과학철학’이란 ‘과학의 흉내를 내는 철학’ 혹은 ‘철학의 흉내를 내는 과학’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철학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이비과학철학’이다. 과학으로 위장한 가장 교묘한 관념론 철학이다.

철학은 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과학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생관을 제시해 주며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 철학의 과제이고 철학이 종교와 구분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학의 연구결과를 종합해서 정리한 것이 바로 철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의 역할이 일정한 분야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있다면 철학의 목적은 그것을 토대로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데 있다.

여기서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의식, 인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에 대한 완전한 정답이 얻어지기 어렵다 해서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철학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인류가 영원히 풀어나가야 할 불가피한 과제인 것이다.

  

실증주의자들은 실증주의가 종래의 유물론과 관념론을 극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주장에 불과하다. 실증주의자들이 극복한 유물론은 교조주의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유물론이며 그들 자신이 주관적 관념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주관적 관념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도색하여 그것을 ‘과학철학’이라 주장하고 있다.

참된 과학철학은 자연, 인간, 사회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것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현상에만 머무르는 철학은 참된 과학철학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본질문제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규정하는 철학이 어떻게 과학철학이 될 수 있는가? 물질적 존재로서의 자연,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보편적 발전법칙을 갖는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철학이 어떻게 과학이라는 이름을 지닐 수 있는가?

실증주의, 특히 의미론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물질은 물론, 물질의 객관적 존재형식인 시간과 공간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가 조장해 낸 산물이다. 자유, 정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독재, 착취와 같은 개념도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언어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마을과 도시, 주와 국토라는 개관적인 장소가 인정되고 날, 주, 달, 년 등의 객관적인 시간이 정해지며 그에 따라 생활을 해왔다. 인류는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였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밝혀내고 그것을 지양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추구해 왔다.

이러한 개념들을 인류는 객관적 현실을 체험하고 인식하면서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이 반영하는 객관적 실체를 부정하는 실증주의자들은 자본주의를 분석하거나 비판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더욱 더 혁명을 통해 변혁할 필요가 없어졌다. 언어의 유희 속에 안주하면서 현상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므로 실증주의자들은 사회발전의 주축이 되는 노동운동과 노동자의 역할을 도외시하며 기껏해야 수정주의적인 노동운동과 연관될 뿐이다. 실증주의자들은 역사발전의 주축이 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두려워하면서 노동자들의 이념을 언어의 조작이라 규정하고 무력화시키려 한다.

  

참된 과학철학은 인간으로부터 독립하여 그 자체로 존재하는 물질의 실재를 인정하는 유물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주의가 반증해 준다. 실증주의나 분석철학은 개별과학의 구체적인 성과에 눈을 돌리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진보적이지만 과학과 철학을 혼동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오해하면서 관념론에 머물러 있다.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의 저서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 표지.     ©사람일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물리학에 혁명이 일어났다. 새로운 발전에 의하여 물질의 알맹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미시세계에서는 물질에 관한 종래의 이론이 타당성을 잃는다.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유물론의 반박과 관념론의 옹호에 이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의 변증법적 발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잘못된 결론이었다. 반박된 것은 고립되어 있는 고정된 물질의 알맹이를 가정하는 기계적 혹은 형이상학적 유물론이었으며 변증법적 유물론의 정당성은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더욱 더 확증되었다.

물질의 알맹이가 사라지기 때문에 유물론이 극복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남녀가 결합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임신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에 의한 필연적인 산물이 아니라 성령의 힘이나 신령의 점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매우 우매한 생각이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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