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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와 현상학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37
기사입력: 2020/04/14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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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실증주의와 현상학

 

▲ 후설     © 사람일보

현상학(Phänomenologie)이란 용어가 벌써 현상학이 실증주의와 연관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증주의나 현상학이 다 같이 ‘현상’에서 출발하여 모든 철학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분트(Wundt), 수학자 바이어스트라스(Weierstrass), 경험주의 철학자 브렌타노(Brentano)의 영향을 받은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Husserl, 1859-1938)은 우선 실증주의에서 나타나는 상대주의, 회의주의, 불가지론 등에 만족할 수 없었다.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확고한 원리가 있어야 한다. 후설은 『논리연구』1권과 『엄밀한 과학으로서의 철학』에서 당시 유행하던 심리주의를 벗어나 수학과 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인 철학을 제시하려 하였다. 심리주의는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과대평가하고 논리학, 윤리학, 미학 등의 철학문제를 심리학적 견지에서 해명하려는 입장이다.

그것은 종래의 추상적인 형이상학을 벗어나 구체적인 경험과 개인의 심리상태에 눈을 돌리면서 다소 진보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으나 자연과 사회의 객관적인 발전법칙이나 역사성을 배제함으로써 주관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후설은 심리주의와 함께 지엽적인 현상에 집착하는 천박한 실증주의도 비판하였다.

  

후설은 자신이 흄의 철학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다. 그가 주관적 관념론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는 주어지는 ‘현상’에 만족하지 않으며 판단중지를 통해 그 본질을 추구하려 한다. 실증주의적인 ‘자연적 태도’를 벗어나 ‘본질직관적인 태도’에서 확고한 선험과학의 보편성을 얻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후설이 말하는 본질직관은 생철학이 시도하는 ‘약동하는 생의 체험’처럼 신비적이다. 본질을 직관을 통해서 파악하려는 이른 바 ‘본질직관’이란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연상시키는 방법이다. 본질은 결코 직관을 통해서 통찰되지 않는다. 실험, 관찰, 분석 등 과학적인 연구방법을 통해서 인식될 뿐이다.

인간의 인식은 감성적 인식과 논리적 인식으로 구분된다. 논리적 인식은 노동활동 및 문자의 발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논리적 인식은 감성적 인식을 기반으로 발생하지만 감성적 인식을 규제하는 고차적인 인식이다. 관념론은 양자를 구분하여 하나를 절대화시킨다.

감각의 역할을 과장하고 논리적 인식과 분리시키는 것이 주관적 관념론이며 논리적 인식을 과장하고 그것을 감각적 인식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객관적 관념론이다. 참된 인식은 감각적 인식으로부터 논리적 인식으로 발전해가는 데 있다. 후설의 본질직관은 이러한 통로를 차단해버리고 주관의 직관에 머문다.

  

▲ 강대석 저서 <왜 유물론인가?> 표지     ©사람일보

후설은 그의 현상학을 통해 부르주아 현대철학의 두 조류인 생철학과 실증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였다. 그러나 주관적 관념론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철학은 목적 달성에 실패하였다. 그가 추구한 ‘과학적 생철학’은 생철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가 추구한 ‘참된 실증주의’도 실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는 부르주아 철학의 위기가 훨씬 더 심각했으며 여러 가지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난 현대부르주아 철학들은 그 본질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모두 주관적 관념론을 시대상황에 맞게 변용하려는 노력으로 끝나고 말았으며 후설의 현상학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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