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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와 종교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36
기사입력: 2020/04/11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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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실증주의와 종교

 

▲ 버클리     ©사람일보

중세에서는 철학이 신학의 시녀노릇을 하면서 독자성을 상실하였다. 근세에 들어서면서 철학은 신학으로부터 해방되어 본래의 과제를 수행하려 하였고 이때 철학이 사용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과학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은 변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인간의 의식은 그것이 비록 오류일지라고 오래 지속된다. 특히 그 의식을 만들어 낸 사회제도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오래 연명한다.

근세 계몽철학이 비록 종교적인 오류에 대하여 철저하게 비판했지만 종교는 소멸되지 않았다. 그 모습만 변했을 뿐이다. 봉건주의나 그것을 변혁시킨 자본주의가 다 같이 종교를 필요로 하는 계급사회였기 때문이다. 종교를 비판한 유물론에서 출발한 영국의 경험론이 후반에 들어서면서 종교를 용인하는 주관적 관념론으로 변질된 것은 바로 그러한 사회적 요인 때문이었다.

이후 자본주의 사회의 철학들은 자본주의의 유지에 필요한 종교를 직접·간접으로 옹호했으며 그것을 위해 영국의 경험론을 이용하여 과학과 종교의 화해를 모색하였다. 실증주의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었다.

  

종교와 과학은 근본적으로 화해될 수 없다. 자연과 사회와 인간을 그 자체로 해명하려는 과학은 종교와 상반된다. 과학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가정하지 않는다. 종교와 과학의 화해를 추구하는 철학은 결국 과학을 왜곡하고 위조하는 사이비철학으로 빠지고 만다. 과학은 실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학적인 명제의 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실천과 맞물려 발전한다.

종교와 과학을 화해시키려는 실증주의자들이 고안해 낸 무기가 바로 영국 경험론자 버클리와 흄이 사용한 불가지론이다. 신, 영혼, 물질 등에 관한 물음은 해답이 불가능하며 과학이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철학이 이 문제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의 저서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 표지.     ©사람일보

실증주의자들이 올바른 과학을 택했다면 신은 증명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참된 과학은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환상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고 결론짓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증주의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은폐하면서 간접적으로 신을 옹호하는 방식을 택한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물음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는 식이다. 그리고 그것이 참된 과학적인 태도이고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어중간한 사이비 철학이다. 과학의 탈을 쓴 비과학적 철학이며 유물론으로 위장한 관념론철학이다. 올바른 철학은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확고한 선택을 해야 한다. 어중간한 타협은 철학을 후퇴시킨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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