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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비트겐슈타인의 오류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23
기사입력: 2020/02/25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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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비트겐슈타인의 오류

 

▲ 비트겐슈타인     © 사람일보

언어와 현실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일정한 철학 목표에 도달하려는 비트겐슈타인의 이념과 방법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인식과정을 하나의 사회적인 발전과정, 다시 말하면 사회적 실천과 끊임없는 연관 속에서 진행되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대신 그것들과 분리된 독자적인 과정으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전제는 마치 사회 속의 고립된 섬을 연상시킨다. 이 섬에서는 언어가 주도하고 있다. 철학을 언어철학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그것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심각한 모순을 회피하면서 중립적인 현상에 만족하려는 기회주의적이고 소시민적인 지식인들의 교묘한 술책이다. 미래의 전망을 상실한 부르주아 지식인들은 진보적인 사회발전을 거부하는 회의주의에 빠져 철학의 문제를 어떤 특수영역에 국한시키려 한다.

 

비트겐슈타인과 그의 추종자들은 보편적인 문제를 추구하는 철학이 언어의 오용에서 나오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것을 철학으로부터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에 따르면 보편성의 문제나 세계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의 진위는 검증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 자체가 언어를 논리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데서 나타나는 ‘사이비문제’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달리 철학은 일종의 세계관이다. 세계관을 벗어난다는 것은 철학이 철학임을 그만둔다는 말과 같다. 문제는 하나의 세계관이 과학적인 토대를 갖느냐 과학을 벗어나 사변적이고 신비적인 색채를 갖느냐 혹은 과학을 왜곡하여 사이비 과학성을 지니느냐이다. 형이상학을 극복하려는 많은 현대의 부르주아 철학들이 사이비 과학철학에 빠져든다. 비트겐슈타인에서도 이러한 오류가 드러난다. 그의 이념 역시 세계관적인 혹은 형이상학적인 전제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는 형이상학을 철학으로부터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변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를 철학으로부터 추방하려는 그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의 논리연구는 철학적인 용어를 분명하게 정리하고 철학의 공허한 사변성을 제거하는 데 공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세계관의 문제를 ‘사이비문제’로 배제하려는 것은 철학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 강대석 저서 <왜 철학인가?> 표지     ©사람일보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이 이론이 아니고 하나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은 어떤 새로운 결과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철학의 실천이 어떤 새로운 결과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주장은 철학을 아무 것도 산출하지 못하는 논리학과 언어학으로 환원시킨다는 말과 같다. 논리적인 언어분석은 실제로 자연과학이나 역사과학 혹은 사회과학의 의미에서 아무런 새로운 지식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기껏해야 자연과 역사와 사회의 주변문제만을 분석하고 정리할 뿐이다.

논리학과 언어학의 과제는 과학적인 의미에서의 새로운 인식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올바른 인식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논리학을 일종의 도구 혹은 ‘기관’이라 불렀다. 논리학이나 언어학은 오늘날에도 옳은 사유를 위한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논리학의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결코 어떤 진리의 내용이나 그 내용의 타당성을 밝혀낼 수는 없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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