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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협약주의’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21
기사입력: 2020/02/18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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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협약주의’

 

▲ 마흐     ©사람일보

마흐는 아베나리우스의 견해를 수정한다. ‘제3의 것’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은 물질적인 것과 이념적인 것의 결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마흐는 ‘중립적인 요소’라 표현하였다. ‘요소’(Element)라는 용어를 마흐는 1883년부터 사용하였다. 그 이전에는 단순하게 감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중립적인 것’이든 ‘중립적인 요소’든 이들은 결국 불가지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고안품에 불과하다. 지각의 근원이 되는 객관적인 실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존재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회피는 결국 불가지론으로 빠지고 만다. 불가지론이라는 인상을 벗어나기 위하여 실증주의자들은 이러한 물음이 논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경험을 완전히 정화하기 위해서 모든 선험주의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아베나리우스는 ‘실체’, ‘물질’, ‘객관’, ‘인과성’ 등의 개념을 철학에서 배제해야 하고 ‘원자’, ‘힘’ 같은 개념도 물리학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후에 남은 것은 ‘순수 요소’이며 이렇게 하여 실증주의자들은 주관적인 몽상 속에서 끝없이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아베나리우스와 마흐도 시간과 공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자기들의 이념에 따라 그것이 요소를 결합하는 상대적인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물질의 운동이 없이도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아베나리우스와 마흐는 과학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물론을 비판한다고 주장하며 과학의 목적은 사물의 인과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각의 질서와 서열을 규제하고 정리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본질이 아닌 현상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콩트의 주장과 상통한다.

이러한 실증주의적인 접근에서는 자연의 변화와 발전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가의 문제가 해명될 수 없다. 그러한 물음을 회피하기 위해서 마흐는 ‘사유경제’(Denökonomie)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본질과 원인을 찾는 물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유과정에서 쓸모없는 소모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흐는 원자와 같은 것의 객관적 존재를 인정하는 과학을 ‘기계주의’라고 비판하는데 실재로는 자신의 철학이 훨씬 기계주의에 빠져 있다. 왜냐하면 그는 실재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요소의 결합으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다.

  

마흐는 과학의 출발점이 되는 기본원리들을 상대적인 가설과 정의로 규정하면서 이른 바 ‘협약주의’(Konventionalismus)에 빠진다. 물질도 감각적 요소의 결합을 지칭하는 사유상징에 불과하다. 원자나 분자도 물리적-화학적 경험이 경제적으로 상징화된 것이다.

▲ 강대석 저서 <왜 유물론인가?> 표지     ©사람일보

마흐와 아베나리우스는 자연과학적 법칙의 객관성을 부정하며 인과법칙의 의미를 왜곡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아베나리우스는 과학적 사유과정을 기존 표상의 도움으로 새로운 표상을 습득하는 통각(Apperzeption)과정으로 해석한다. 가장 단순하고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통각이 가장 경제적인데, 거기에 객관적인 성격의 인과법칙을 적용할 때 그러한 단순성이 방해를 받고 경제적인 사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선의 방법은 인과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그 현상만을 기술하는 것이다.

마흐와 아베나리우스의 결론은 결국 흄의 불가지론과 일치한다. 인간은 사물의 기능적인 관계를 잘못된 습관 때문에 인과관계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 원인과 결과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과법칙은 주관적인 충동에서 발생한다. 자연 속에는 필연성이 아니라 개연성이 존재할 뿐이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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