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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문제에 어떻게 결단할 것인가
[강대석의 철학산책-예술철학 (35)] 카뮈와 사르트르
기사입력: 2013/03/13 [18: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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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양심이라는 문제와 연관하여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프랑스의 작가이며 철학자들인 카뮈(Camus, 1913-1960)와 사르트르(Sartre, 1905-1980)를 비교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문학의 사회참여를 주장하면서 카뮈와 8세 위인 사르트르는 한동안 긴밀한 우정을 나누었다. 사르트르의 <구토>와 카뮈의 <이방인>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독일의 파시즘이 지배하던 시절에 이들은 함께 당시 프랑스의 반독일 저항운동단체인 레지스탕스 그룹에 참여하여 투쟁하였고 함께 프랑스 공산당에도 가입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1951년에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이 나오면서 사르트르는 카뮈와의 이념적 격차를 실감하였다. 역사의 무의미성을 주장하면서 무책임하게 구체적인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카뮈에게 사르트르는 실망하였다.

카뮈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근거로 인간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부조리, 곧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물을 얻기 위해 제우스의 정사를 폭로하기도 하고 죽음의 신을 묶어버리기도 한 시지프스는 지하에 갇혀 무거운 바위를 산 위로 계속 굴려 올리는 벌을 받는다. 정상까지 올라간 바위는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다시 떨어지고 만다. 그것은 무용한 일이고 부조리한 일이다. 인간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인간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부조리한 삶에 대하여 어떻게 인간이 대처하느냐이다. 우선 두 가지의 해결방식이 가능하다. 하나는 아무런 쓸모없는 부조리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초월적인 어떤 존재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는 길이다. 전자는 자살을 최후의 해결방법으로 택하며 후자는 신의 구원이라는 인간 외의 절대적인 힘에 의지하는 종교적인 해결방법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보통 이 두 방향의 해결방식을 생각해 왔다. 그러나 카뮈는 이 두 가지 해결방식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는 부조리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반항을 내세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외적인 힘에 의존하지 말고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부조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조리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자살은 부조리한 삶과의 대결에서 결국 패배와 굴복을 의미한다. 절대자에 의지한다는 것도 똑같이 부조리한 삶에 대한 일종의 굴복이다. 인간의 좌절에서 초월을 찾는 키에르케고르나 야스퍼스의 철학을 지칭하면서 카뮈는 그것을 ‘철학적 자살’이라 부른다. 그것은 부조리를 반항을 통해서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부터의 도피를 의미한다. 어떤 다른 것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부조리한 삶을 사랑하고 거기에 계속 반항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라는 것이 카뮈의 근본이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카뮈는 인간은 무로 태어나 스스로의 자유로운 결단에 의해서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간다는 사르트르와 비슷하게 휴머니즘적, 다시 말하면 인간중심적이다.
 
반항을 인간 조건의 기치로 내세우지만 카뮈에 있어서 반항은 그러나 주로 형이상학적 반항이다. 반항의 의미를 형이상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카뮈의 특색이 있고 동시에 한계가 있다. 물론 그는 <반항하는 인간>에서 ‘형이상학적 반항’과 더불어 ‘역사적 반항’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역사란 실존철학에서처럼 ‘주관화된 역사’다. 사르트르도 초기에는 그러한 역사 이해에 머물렀지만 점차 객관적인 역사에 눈을 돌렸다. 역사의 의미와 목표 그리고 그 발전 동인을 인간의 사회관계 속에서 과학적으로 추구하지 못하는 데 카뮈의 비극과 한계가 있다.
 
명석한 판단력과 훌륭한 예술가적 기질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실적인 문제, 다시 말하면 프랑스와 알제리 그리고 제국주의의 국가들과 식민지 국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문제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없었고 결국 역사적․사회적 현실로부터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도피한다. 카뮈는 정치․사회문제에 있어서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는 서구지식인의 무력함을 대변하고 있다. 알제리 봉기에서 조국 프랑스를 비판하여 이념적으로 알제리를 지원하였고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을 전범자로 낙인찍은 사르트르의 결연한 태도와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알제리 봉기 및 베트남 전쟁에서 사르트르는 서구인의 양심에 호소하면서 제3세계에 대한 열강들의 범죄행위를 단죄하려 하였다. 그것은 조국 프랑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작가적 양심은 애국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카뮈도 나름대로 인류의 고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도덕영역에 머물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식민지 원주민들이나 약소국가의 혁명투사들이 사용하는 폭력을 용서하지 않으면서도 열강들이 사용하는 공개적인 혹은 비공개적인 폭력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혁명을 ‘타락한 반항’이라 생각하며 혁명의 발생에서 제기되는 역사적․경제적 상황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것은 역사를 배제한 역사관에서 나오는 편협한 견해이다.
 
결국 둘은 완전히 갈라서게 되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갔다. 카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반면 사르트르는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고 강대국 사이의 나누어먹기 식에 불과한 노벨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하였다.
 
이제 두 사람 모두 생존하지 않는다. 카뮈는 자동차 사고로 부조리하게 죽었고 사르트르는 비교적 오래 살았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남긴 교훈은 아직도 살아 있다.
 
<강대석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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