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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히틀러 학살에 침묵, 방관한 공범죄 고발
[강대석의 철학산책-예술철학(33)] 호호후트의 <대리인>
기사입력: 2013/02/05 [11:0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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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던 작가가 쓴 한 편의 희곡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상상이 아니라 자료를 수집해서 쓴 독일의 극작가 호호후트(Hochhuth)의 희곡 <대리인>(Der Stellvertreter)이었다. 작가는 1931년 독일에서 태어나 나치의 범죄를 목격하였다. 그리고 전후에 나치를 고발하는 작품들을 썼다.

그의 희곡 <대리인>이 1963년에 유명한 연출가 피스카토르(Piscator)에 의해서 공연되자 호호후트는 일약 세계적인 희곡작가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희곡은 25개국에서 공연되었고 파리에서만 346회가 공연되었다. 동시에 이 희곡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희곡의 내용을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들을 학살하면서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양심적인 신부 리카르도 폰타나는 교황 피우스 12세에게 히틀러에게 저항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교황은 침묵을 지키면서 히틀러의 의도를 묵인하였고 그 결과로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이 일어났다. 침묵과 방관은 공범의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 희곡의 주제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많은 역사적인 자료를 동원하여(희곡에 65쪽에 달하는 주석을 붙였다) 종교와 정치의 연관성을 폭로하였다. 이 희곡은 절대로 오류를 범할 수 없다는 교항의 무구성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였다.  

물론 호호후트는 전쟁의 발생원인, 종교와 정치가 야합하지 않을 수 없는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를 명쾌하게 밝히는 대신 교황의 도덕적 결단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세계가 알 수 없는 부조리로 가득 차 있고 그러므로 개인의 결단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1950년대의 서구 희곡(부조리극)에 비하면 그의 희곡은 정치와 역사에 눈을 돌리면서 올바른 문학과 예술이 아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철학자 마르쿠제는 <일차원적 인간>에서 말했다.
“우리 시대의 참된 정신이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에서 나타났다면 그 참된 역사가 호호후트의 희곡에서 서술되었다.”
 
 
<강대석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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