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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의 <우리 말글 살리기>
국회의 외국손님 맞이할 한옥 이름이 ‘允中齋’라?
대한민국 국회를 중국 국회로 착각하게 만들려나!
기사입력: 2010/07/04 [11:0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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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 때부터 대한민국 중요 기관의 휘장 글씨가 모두 한글인데 국회만 한자다.     ©이대로 논설위원

지난 3월 19일 국회방송에서 “국회 의원동산에 들어설 전통한옥 건립 공사가 오늘 첫 삽을 떴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외빈 접견장소로 활용될 한옥 건물의 이름은 ‘윤중’으로 결정됐으며 12월 중순에 완공될 예정입니다.”라는 소식을 알렸다. 이 방송을 듣고 한 시민이 “국회에 새로 짓는 한옥의 이름, ‘윤중’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1968년에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강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둑의 이름을 일본말 '와주테이(わじゅうてい)''의 한자표기인 輪中堤를 본 따서 지었고 輪中中學校도 생겼는데 그 ‘輪中(윤중)’인 거 같다. 우리 말글이 엄연히 있는데 왜 중국 글로 이름을 짓는지 모르겠다. 얼빠진 국회를 그냥 놔두면 안 된다!”라는 전화를 내게 했다.

그래서 바로 국회(사무총장 박계동) 담당자에게 그 말뜻을 물었더니 “일본말 ‘輪中’과 발음은 같으나 한자가 다른 ‘允中(윤중)’이다. 允中(윤중)이란 말은 論語(논어)에 나온 구절 允執厥中(윤집궐중)에서 따온 말이다. 본디 이렇게 따올 경우 執中(집중)으로 따는 것이 일반적이겠으나, 允(윤)자가 진실함, 신실함, 성실함의 의미를 지니기에 允中(윤중)으로 따오더라도 뜻이 매우 아름다워 允中齋라고 지었다.”라고 답변을 했다. 그런데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한자로 이름을 지으려고 별 억지소리를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참으로 딱한 상식이하의 사람들로 보였다.

그리고 국회 박계동 전 사무총장은 그 한옥 기공식 때 “우리나라의 전통 주거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우수성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이 한옥 ‘允中’에서 매년 150회 이상 국회를 방문하는 세계 각국 외빈들 접견은 물론 의원 동산 방문객들의 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단다. 사무처 담당자는 일본 말 ‘輪中’은 아니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21세기 대한민국 한글시대에 2500년 전 중국인이 쓴 한문을 본 따서 대한민국 국회 건물이름을 짓는 마음보를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사무처 담당자에게 “ 일본말 ‘輪中’과 발음이 같아서 많은 국민이 그 일본말로 착각하게 만들고 그 뜻도 어렵다. 외국인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도 발음하기 힘들고, 외국인이 중국 문화식민지로 여길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중국이나 일본의 속국으로 알고 있고 교과서에까지 그렇게 쓴 곳이 있다고 한다.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가진 나라의 대표 기관이 중국 말글로 이름을 짓는 일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국민은 우리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는 외국에 우리 말글을 알리려고 애쓰는 데 국회가 그 노력과 자긍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아름답고 쉬운 우리 말글로 다시 지어라.”고 말했더니, 좋은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는 여러 한글단체 대표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한 달 동안 좋은 우리말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해서 들어온 수십 개 이름 가운데 한글 이름짓기 전문가와 의논해서 “한, 한사랑, 가온채, 참마중, 사랑채, 한겨레집, 사랑마루” 등 7개를 골라 4월 30일에 국회에 보내주었다. 그런데 6월이 다 지나가도 아무 소식이 없어 며칠 전에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처장에게 “새로 짓는 국회의 손님맞이 한옥의 이름을 우리 말글로 지어 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그리고 김재윤(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의원, 이정현(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모두 “매우 잘못된 일이다. 새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은 그 잘못을 이해할 것이다. 우리 말글로 짓도록 힘쓰겠다.”말했다.

국회의 한글 천대는 행정부나 사법부에 비해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다. 건국 초부터 행정부의 깃발에 쓴 글씨는 ‘정부’라고 한글로 써 있고, 사법부도 ‘법원’이라고 한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입법부인 국회의 깃발과 국회의원 휘장(배지)은 한자로 ‘國’이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많은 국민은 ‘或’자로 보이는 한자를 ‘국회’라고 한글로 바꾸라고 해도 끄떡도 안 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다가 외국 손님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보여주려고 짓는 우리 한옥에 우리 글자가 아닌 중국 글자로 간판을 달려고 하니 더욱 한심스럽고 부끄럽다.

한 나라의 말에는 그 사라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으며, 그 나라가 없어져도 그 말을 지키고 있으면 다시 그 나라를 세울 수 있다. 이스라엘이 수천 년이 지난 뒤에 제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게 증명한다. 그만큼 나라 말글이 중요하다. 수천 년 동안 중국 한자에 짓밟히고, 일제 식민지 때 일본 말글에 짓눌려서 우리 말글이 빛나지 않아 우리 자주문화도 꽃피지 못했다. 이제라도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중국 한자와 일본 한자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률을 만들면서 일본 법률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쓰고, 정문과 국회의원 가슴에 단 국회 보람에 쓴 글씨가 중국 한문 國으로 되어있고, 본회의장 국회의장 명패도 중국 한문인 國會라고 크게 써놓고 그걸 바라보면서 밤낮 싸움질이나 하니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국회가 자주문화 발전을 위해서 앞장을 서지는 못하고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제국은 이 땅을 강제로 점령하고 우리 땅이름을 일본식 한자말로 다 바꾸고, 우리 사람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우리말을 못 쓰게 하면서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는 한글학자와 우리말 지킴이들을 일본국 반역자로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그 때 감옥에서 일본 놈에게 짓밟히고 맞아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 지난날 우리 말글을 지키고 닦은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겨레와 나라가 어찌되었을까! 그 분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일제가 물러간 지금은 우리말을 도로 찾고 빛내야 할 것이다. 우리 한글학회와 한글단체는 그 분들의 뜻을 이어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국회는 그 노력을 비웃는 셈이다.

최근에 서울시 퇴계로에 있는 ‘한국의 집’이 수십 년 동안 달았던 ‘海隣館(해린관)’이란 한문 현판을 ‘한국의집’이란 한글로 바꾸었다.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곳으로서 해마다 17만 명의 방문객 중 외국인의 비중이 약 60%인데 간판이 한문이니 중국과 혼돈된다고 문제를 제기해서 우리 말글로 바꾸었다고 한다. 수 년 전에 철도청은 ‘대합실’이란 일본 한자말을 ‘손님 맞이방’이라고 우리말로 바꾸어서 국민의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국회는 이 시대흐름과 시대정신을 거스르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와있다고 한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앞서가는 나라다. 앞서가는 나라가 되면 남의 흉내가나 내고 뒤를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다. 자주 정신을 가지고 제 길을 만들고 갈 줄 알아야 한다. 그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얼이고 정신이다. 제 말글부터 제대로 지키고 빛내야 앞서가는 나라가 된다. 똑 같은 아파트와 국산품에도 외국 말글로 이름을 바꾸면 더 비싸게 팔리고 사는 그 정신 상태로 선진국은 안 된다. 이제라도 지난날 우리 말글 발전에 앞장서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새로 짓는 한옥의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 말글로 바꾸어서 우리 얼과 말글을 사랑하는 모범을 보일 것을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요구한다.
 
▲ 4월 22일 오전 열린 ‘한국의집’ 한글 현판식에서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 두 번째부터 신응수 대목장, Andrew Salmon ‘THE TIMES' 한국특파원, 한국의집 김맹녕 사장,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김홍렬 이사장, 정도준 서예가. 한글 현판이 환하고 아름답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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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과 한글과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8년 중국 절강성 월수외국어대학 한국어과 교수 2009년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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