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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청소년
고3 교실 한번 보여드릴까요?
[김용택 논단]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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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1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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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말이 있다.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란 “일상 대화에서 전혀 관계없는 딴소리를 별안간 내 놓을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강화를 위해 내놓은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이나 “마음 건강 치유방안”을 보면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누군가. 이 장관은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미국 코넬 대학교 대학원 졸업한 후 한국개발연구원,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연구원, 미국 콜게이트 대학교 석좌교수, 제17대 국회의원,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등 화려한 학·경력의 소유자다. 이런 사람이 교사들의 교권강화 요구에 꺼낸 대책이 “교사의 마음건강 회복”이니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 예시안은 진단에서 상담, 치료 지원이다.

 

고3 교실 한번 들여다볼까요

 

나는 2015년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생각비행 출판사)라는 책을 썼던 일이 있다. 이 책에는 《고 3 교실 한번 보여드릴까요?》라는 주제의 글이 있다. 당시 인문계 고3 학생들의 담임을 하면서 겪은 내용을 이렇게 썼다.

 

“수업을 시작하면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교사의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은 몇 되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문제집을 풀이하고 있고 어떤 학생은 아예 엎드려 자고 있다. 이상한 일은 교사들이 자신의 강의를 듣지 않고 문제집을 풀거나 자는 학생을 전혀 깨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코까지 골아 교실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10년 전 얘기기만 그럴까? 지금도 이런 풍경이 그대로 계속 되고 있다. 아니 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하다. 당시 고 3 학생들은 “밤 10시에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독서실로 전전하다 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 아침 6시경에 부랴부랴 일어나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아침도 먹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수업 시간에 강의는 듣지 않고 다른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자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사들도 이제는 깨우지 않는다.”라고 썼다.

 

나는 이 책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3학년 교실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3학년 A반 전체 재적생 39명 중 사회과목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사회 문화’를 선택한 학생이 22명, 국사를 선택한 학생이 2명, 정치 17명, 경제 13명, 윤리 5명, 세계사 1명, 경제지리 6명, 세계지리 3명, 한국지리 21명, 법과 사회 3명, 한국 근현대사 15명”이라고 분석한 내용이 적혀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사회과 전체 11과목 중 2~5과목을 선택해 수학능력고사를 치르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는 이 학급에 수업을 하는 세계사 시간에는 1명만을 상대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사, 세계지리, 법과사회는 각 3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셈이고, 윤리 선생님은 5명을 상대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수업을 들으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학교에서 치르는 중간고사도 있고 기말고사도 있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학교 성적을 50% 정도 반영한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성적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치는 시험은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7차교육과정을 들여다 보면 한편의 코미디를 연상하게 된다. 목표 따로 과정 따로 그런 과업 수행이란 있을 수 없다.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교육 과정이다. 그런데 학교는 교육 목표 따로 교육 과정 따로다. 7차교육과정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 과정이라고 한다. 교육이 공공성이 아닌 상품이라고 보고 경쟁을 시키자는 것이다. 교실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교육이 교육 목표 달성이 아니라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7차 교육과정이 '지식기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개성과 창의성 있는 인간 양성'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그러잖아도 수능 과목이 아닌 과목이 '기타 과목'으로 홀대받는 상황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예체능 교과목을 수능 점수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은 더 웃긴다. 체육, 음악 미술과 분야는 문외한이 돼도 지덕체가 겸비한 조화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얘긴가? 7차교육과정으로 교육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교육부의 지침은 교육을 자본의 논리에 맡기자는 것이다.

 

교육목표 따로 교육 따로...

 

교육의 목표는 ‘지덕체를 겸비한 조화로운 인간 양성’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교육 목표나 교육 과정을 무시하고 예체능 교과목을 적당히 가르치면 그런 인간을 키울 수 있는가? 교육부의 수준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예체능 교과를 적당히 가르쳐도 되고 EBS강의 반영 비율을 높여 학교가 교육방송 중계소로 만들어도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정말 믿어도 되는가?

 

7차교육과정은 교육을 상품으로 보고 수요자인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맡겨 두자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완벽한 정보에 따라 선택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이 선택 과목을 선택할 때 원하는 대학, 전공 과목을 고려해 선택했다는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명(2%), 친구가 선택하자고 해서 3명(7%), 좋아하기 때문에 10명(26%) 정도였고 부모와 의논해서 결정했다는 학생은 불과 2명(5%) 뿐이었다. 장래 직업이나 적성을 고려해선 선택한 경우는 전체 학생의 2%에 불과했다.

 

10년 전 이런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교권을 강화한다고 교육부 장관이 내놓은 대책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이나 ‘마음 건강 치유’방안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이루겠다”면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 교권이 강화되는가?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 교권도 강화하고 학생인권도 존중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입시문제를 풀이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에 내놨다 실패한 정책을 재탕 3탕 하겠다는 교육부. 교육부가 그렇게 한가한 곳인가?

 

<김용택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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